[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그 친구가 좀 여린 구석이 있어요."
KT 이강철 감독은 창원 NC와의 주중 3연전을 앞두고 뜻밖의 선수로 부터 면담 요청을 받았다. 느닷 없이 찾아온 손님. 신입 외인 타자 조일로 알몬테(32)였다.
평소 과묵한 성격의 외인. 의외의 만남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이 감독을 찾은 알몬테는 공손하게 부탁을 했다. 그라운드에서 결코 설렁설렁 하는 게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라고 간절함을 담아 설명했다.
문제는 18일 키움과의 홈 경기였다.
수비와 주루에서 느린 걸음과 플레이 스타일이 '설렁설렁 한다', '간절함이 없다'는 비난을 불렀다. 그라운드에서 흙먼지를 날리며 죽어라 하고 뛰는 동갑내기이자 같은 일본 출신 삼성 새 외인 호세 피렐라와 대조적 플레이 스타일로 입장이 더 난처해졌다.
언론과 팬들의 부정적 시선. 알몬테도 알고 있었다. 18일 경기 수비에서의 교체도 이 감독은 부인했지만 선수는 충분히 '문책성'이라 느낄 만 했다. 용기를 내 사령탑을 찾아간 이유다.
강할 때는 강하게, 어루만질 때는 어루만지며 선수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세심한 리더. 곧바로 알몬테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오해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잘 적응하라'며 다독여 돌려보냈다.
이 감독은 "지금의 몸 상태에서는 전력질주 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다. 과거 다쳤던 부분에 대한 두려움도 있는 것 같다"며 알몬테를 감쌌다.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도 잃지 않았다. 그는 "치는 것도 힘이 붙고 있다. 점점 괜찮아지더라. 9팀을 두루 만나보고 파악할 시간을 줘야할 것 같다. 타자가 낯선 투수 공을 비디오로 보는 것과 실제 상대하는 건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보다 수준 높은 일본 투수를 상대로 3할을 친 타자 아니냐"고 말했다.
사령탑의 마음을 확인하고 마음이 편해졌을까. 알몬테는 20일 NC에서 쐐기 타점에 이어 21일 NC전에는 좌익수로 나서 라인 타구를 안정감 있게 잘 처리하며 반등의 조짐을 보였다.
기다림과 믿음을 택한 이 감독. 잘 할 때까지 꾹 참기로 했지만 객관적으로 워낙 느린 발에 경기중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면담 끝에 던진 농담 아닌 농담 같은 진담 한마디.
"그래서 앞으로 얼마나 더 빨라질 수 있는데?"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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