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 영화사 102년, 최초의 역사적인 순간을 만든 배우 윤여정의 기록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KBS1 '다큐멘터리 윤여정'에서는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상 수상이자 전 세계 여우조연상 42관왕이란 새 역사를 쓴 윤여정의 55년의 연기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1966년 TBC 공채탤런트 3기로 데뷔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까지 데뷔 이후 55년간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는 무려 36편, 드라마는 총 100여 편에 달한다. 그렇게 쌓인 5600여 회, 4000여 시간의 아카이브를 통해 윤여정이 걸어온 길을 복기했고 또한 동료 김영옥, 강부자, 이순재, 박근형, 최화정, 한예리, 김고은과 노희경 작가, 김초희 감독, 심재명 영화 제작자, 정진우 감독('화녀' 제작자) 등이 이러한 윤여정의 기록을 함께하고 그의 곁에서 그의 연기를 지켜본 소회를 전했다.
김고은은 "윤여정 선생님의 수상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질렀다. 마치 내 일처럼, 내 가족의 일처럼 기뻤다. 아마 내가 아는 윤여정 선생님은 이런 결과(아카데미 수상)를 예상하고 '미나리'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늘 그랬듯 '한번 해보지 뭐'라는 생각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선생님이 용감하게 선택한 영화를 봤을 때 나 역시 가장 큰 영감을 받는다. 평소 다른 선배들과 윤여정 선생님을 보면서 부럽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 한국은 나이가 중요한 나라인데 윤여정 선생님은 그 경계를 허물고 시야를 넓혀줬다. 선생님 또한 연기는 해가 지날수록 어렵고 아직도 연기가 어렵다고 하시더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아카데미 영광을 함께한 '미나리'의 한예리는 "이미 놀라운 배우였고 훌륭한 배우였는데 (할리우드가) 이제 알아서 안타깝다"며 "윤여정 선생님은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편이다. 함께 '미나리'를 촬영할 때 매니저도 없었다. 그때 선생님이 '예리야, 정신차리자'라며 응원해줬다. 나보다 예민한 시대에 배우로 살아온 윤여정 선생님을 보며 많은 영감을 받는다. 나도 선생님처럼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윤여정과 비슷한, 가까운 어느 지점에 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독특한 페이스, 전형적이지 않는 연기로 데뷔 때부터 화제를 모은 윤여정. 그는 데뷔 이후 전성기를 맞았지만 결혼과 이민, 그리고 이민과 귀국으로 힘든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어려운 현실 속 생계형 연기를 이어나가며 버티고 버텼다.
이와 관련해 박근형은 "안타깝고 속이 상했다. 윤여정이 한국에 다시 돌아왔는데 탁한 음성이며 생활에 찌든 모습을 보며 속상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한 이순재는 "젊은 시절에는 큰 작품을 하다가 미국에 갔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정말 닥치는 대로 열심히 하더라"고 곱씹었다.
노희경 작가는 "윤여정 선생님이 했던 말 중 '환갑이 되면 아이들 다 키워놓고 들어갈 돈이 없을 때 그러면 돈 생각 안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역할, 이해되는 역할, 공감되는 역할 해도 되지 않아? 나 그렇게 살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고 털어놨다.
동료 강부자는 "과거에 윤여정은 '언니, 난 소녀 가장이야'라면서 연기를 돈 벌기 위해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난 또 언젠가 윤여정이 일 저지를 줄 알았다. 얼마전 윤여정과 통화했는데 '너무 인터뷰가 많아서 정신 없다'라고 하더라. 내가 '온통 윤여정 뉴스로 휩싸였다'라고 했더니 윤여정이 하는 말이 '언니, 그거 식혜 위 밥풀이야. 식혜 위 동동 뜬 밥풀 같이 인기는 하루 아침에 없어지는 거야'라고 하더라"고 윤여정 특유의 직설적이고 솔직한 성향을 드러냈다.
또한 김영옥 역시 "잔잔한 물결이 인다. 윤여정에게 '여정아, 이제 내가 못하는 거 네가 다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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