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저도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서른 둘. 새 도전에 나서는 강아정(부산 BNK)이 쑥스러운 듯 '호호' 웃음을 덧붙였다.
강아정은 이번 자유계약(FA) 시장에서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2008년부터 줄곧 몸담았던 청주 KB스타즈를 떠나 BNK로 전격 이적했다. 14시즌 동안 'KB스타즈의 대표선수'로 활약했던 강아정의 이적. 그 자체만으로도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다들 놀라신 것 같아요. 제가 KB스타즈에 워낙 오래 있었잖아요. 주장도 했었고요. 많은 분께서 이번에도 당연히 KB스타즈에 남을 것으로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사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고요."
모두가 놀란 깜짝 이적. 현실은 현실이었다. 강아정은 "짐을 빼러 KB스타즈의 천안 숙소에 다녀왔어요. 정리할 게 많지 않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막상 정리하려고 보니 구석구석 뭐가 엄청 많더라고요. 제가 '손 편지' 받는 거 좋아하거든요. 팬들께서 주신 편지를 다시 읽는데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추억에 젖어서 울다가, 짐 싸다가를 반복 했어요"라며 울컥했다.
19살에 데뷔해 20대의 열정을 온전히 쏟아 부었던 청주. 30대에 접어든 강아정은 이제 정든 KB스타즈를 뒤로한 채 '고향' 부산에서 새 출발에 나선다.
"제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아요. 매 시즌, 매 경기 풀타임으로 뛰지 못한지도 꽤 됐고요. 그래서 저 스스로도 어느 순간 '발목 상태가 100% 아니니까'하며 안주했던 게 있는 것 같아요. FA 협상 때 박정은 감독님과 변연하 코치님을 만나 미팅을 했어요. 그때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아요. 제가 BNK에 간다고 당장 우승하는 것도 아니에요'라고 솔직히 말씀 드렸어요. 박 감독님께서 '네가 잘 돼야 팀이 잘 되는 것'이라고 말씀 주시더라고요. 그때 뭔가 탁 맞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새 도전을 결심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농구공을 잡은 강아정은 인생의 ⅔ 이상을 농구에 쏟았다. 그는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줄곧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까지는 거스를 수 없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지금까지 농구한 시간보다 앞으로 농구할 시간이 많지 않잖아요"라며 '마지막'을 염두에 뒀다. 아프지만 냉정한 현실. 강아정은 현실보다 더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봤다. 그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 엔트리를 스스로 반납했다.
"도쿄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다 함께 고생했기에 제게도 기회가 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제가 '당연히' 갈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운동선수에게 올림픽은 영광된 자리에요. 저도 올림픽 출전 경험이 없기에 이번이 정말 좋은 기회에요. 하지만 100%가 아니라면 팀을 위해 출전하지 않는 게 나아요. 대표팀이 제 욕심만으로 채울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좋은 선수가 갈 수 있는 자리를 빼앗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전주원 대표팀 감독님께서 '너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셔서 그것만으로도 정말 충분히 감사해요. 올림픽 가는 선수들 위해서 열심히 응원해야죠."
이제 다시 시작이다. 강아정은 휴식 기간 내내 재활에 몰두했다. 곧 팀 훈련에도 합류한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아요. 욕심 같아서는 오래오래 농구 하고 싶죠. 하지만 욕심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나이가 들어도 실력으로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거죠. 남은 기간 더 간절하게 뛸 거에요. 이제 팀 훈련에 합류하는데 솔직히 BNK에 '아주' 친한 선수는 없어요. 진짜 맏언니가 됐으니 입은 닫고 지갑은 더 활짝 열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밖에서 봤을 때 BNK는 잘 하다가 지는 경우가 있어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중요할 때 다독이면서 힘을 주고 싶어요.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이 이기고 싶어요. 팬들이 보셨을 때, 상대가 봤을 때도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고요. 그게 내 목표에요."
강아정의 목소리는 '강아정답게' 밝게 빛나고 있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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