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No~!"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찌르는 류현진의 완벽한 제구가 빛난 순간, 토니 켐프(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펄쩍 뛰었다. "아니야(No)!"라는 켐프의 비명 같은 외침은 중계 마이크에도 명확히 잡혔다.
7일(한국시각)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오클랜드의 경기. 류현진은 경기 초반 흔들리며 4점을 허용했지만, 토론토 타선이 폭발하며 10대4 승리를 거둔 덕분에 시즌 2승을 따냈다. 특히 컨디션을 되찾은 4~5회에는 모두가 아는 그 류현진의 모습으로 돌아와 완벽한 제구와 구위를 과시했다.
특히 5회 첫 타자 토니 켐프를 삼진 처리한 직구는 예술 그 자체였다. 류현진은 7구째 90.8마일(약 146㎞)의 직구를 스트라이크존을 16분할 한것 마냥 바깥쪽 낮은존에 송곳처럼 꽂아넣었다. 현지 중계 화면의 스트라이크존에도, 공의 궤적을 추적한 트랙맨 영상에도 명백하게 담겼다.
다만 타자의 눈에는 멀거나 낮아보였을 수도 있다. 켐프는 스트라이크 콜에 배트를 내동댕이치며 발끈했다. 주심을 향해 격한 눈빛을 쏘아보냈지만, 콜은 바뀌지 않았다. 주심은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현지 중계를 맡은 스포츠넷 해설진은 "켐프가 왜 불만을 표시하는지 모르겠다. 오늘 주심의 존은 매우 일정했고, 보더라인(스트라이크존 끝)은 경기 내내 스트라이크로 불렸다. 보다시피 바깥쪽 낮은 코스에 꽂히는 스트라이크"라고 설명했다.
발을 구르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뒤에도 켐프는 쉽게 진정하지 못했다. 더그아웃을 우왕좌왕하던 켐프는 다음 타자 마크 캔하의 타석 도중 음료수 통에 얹힌 얼음을 집어 그라운드에 집어던지는 추태까지 부렸다. 한번도 아닌 두 번이었다. 흥분한 켐프를 줌인한 화면에 한번, 타자인 캔하를 잡은 화면의 뒤쪽에서 한번, 켐프의 행동은 정확하게 카메라에 포착됐다.
심판의 눈에 띄지 않아 경고를 받진 않았지만,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었다. 국내 해설진은 "저러다 퇴장당할 수 있다"며 깜짝 놀랐다. 현지 중계를 맡은 스포츠넷 해설진 역시 실소와 함께 "켐프는 (심판 콜에)불만이 가득하다. 매우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다. 경기 중에 저런 행동을 한다고?"라며 어이없어했다.
스포츠넷은 해당 영상을 SNS에 공유하며 "당신은 화가 날 때 어떤 행동을 하나? 켐프는 필드에 얼음을 던진다(What do you do when you're angry? Tony Kemp throws ice cubes onto the field)"며 거듭 비판했다.
신인도 아니고 빅리그에 데뷔한지도 6년째인 31세 선수가 몸담고 있는 일터를 모욕한 셈. 야구 뿐 아니라 축구 농구 배구 등 어떤 스포츠라도 경고 또는 퇴장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이다. 심지어 경기가 멈춘 것도 아닌, 동료의 타석이 진행중인 상황이었다.
이날 오클랜드 팬들은 지난 시즌까지 함께 했던 마커스 시미언을 향해 플래카드로 응원을 보내는가 하면, 이날 홈런 포함 4안타를 친 시미언의 맹활약에 박수를 보내는 등 멋진 팬심을 보여줬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켐프 한명의 돌발 행동으로 승부는 물론 매너에서도 진 팀이 됐다.
켐프도 이날 방송을 돌아볼 것이다. 방송국 카메라에 명백하게 잡힌 스트라이크, 그리고 충동적으로 저지른 자신의 추태를 보며 켐프는 무슨 생각을 할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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