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상대에게 감정을 표출해서는 안된다."
투수도 사람인 이상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카펜터(31)가 22일 KT 위즈와의 홈경기를 마치고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카펜터는 이날 7이닝 동안 1안타와 4사구 4개를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는 호투를 펼치며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지난 4월 1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KBO리그 첫 승을 따낸 이후 무려 34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본 것이다. 카펜터는 7회 2사후 KT 유한준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할 때까지 노히트노런 행진을 펼쳤다. 올시즌 최고의 피칭 내용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선 카펜터는 매우 침착했고, 20분 가까이 진행된 질문과 응답 과정에서 단 한 번의 표정 변화 없이 통역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밝혔다.
노히터에 대한 질문을 던졌더니 "약간 의식하기는 했지만, 그걸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빠른 카운트로 타자를 잡고 수비를 짧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카펜터는 "고교 시절에 노히트노런을 3~4번 한 적이 있고, 대학교 때는 퍼펙트 게임을 했었다. 프로 들어와서는 아직 없다"고도 했다.
"웃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건넸더니 "우리 팀 어린 선수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투수는 상대에게 감정 표출을 해서는 안된다. 릴렉스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침착하되 공격적인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고 답했다. 즉 기쁨, 분노와 같은 감정을 경기 중에 보여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선수들, 특히 투수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수칙이다.
이어 카펜터는 "오늘은 경기도 잘 풀리고 동료들도 많이 도와줘서 즐겁고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카펜터는 이날 호투로 평균자책점을 1.69로 낮추며 이 부문 1위 LG 트윈스 앤드류 수아레즈(1.68)을 바짝 쫓았다. 탈삼진 부문서도 56개를 기록해 57개인 수아레즈와 경쟁을 펼치는 상황을 만들었다. 카펜터는 타이틀에 관해 욕심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오늘처럼 무실점 경기를 많이 하는 것이 올시즌 목표"면서 "평균자책점과 탈삼진은 시즌 끝날 때는 제일 위에 있을 것이다. 자신있다"고 했다. 솔직한 답변이었다.
올시즌 한화의 중심타자로 떠오른 노시환에 대해서는 "오늘 홈런 치는 것을 봤다. 좋은 원석이다. 그와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타격과 수비에서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라며 "앞으로 경기 경험을 더 쌓으면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시환은 이날 1-0으로 앞선 4회말 우월 솔로홈런을 날리며 카펜터의 승리에 기여했다. 한화는 카펜터가 나선 경기에서 득점력이 유난히 약했지만, 이날은 화끈한 지원 사격에 나서며 승리를 도왔다. 카펜터는 "(4회초를 마치고)화장실을 다녀오느라 못봤는데 큼지막한 타구 소리가 들렸다. 나와 보니 (라이온)힐리가 홈런을 쳤더라"고 밝혔다.
이어 카펜터는 "점수를 최대한 안주는 단순한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노히트노런은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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