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5일(한국시각) 개런티드레이트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 1-0으로 앞선 6회 2사 1루. 타석에는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 미국 대표팀 1루수로 출전했던 신예 우타자 앤드류 본이 서 있었다.
한 타자만 잡아내면 6이닝 무실점 피칭을 앞두고 있던 상황. 하지만 이전 타석에 김광현 공에 타이밍을 잘 맞췄던 위협적인 타자였다.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실트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본과의 승부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김광현의 커맨드는 여전히 잘 이뤄지고 있었다. 크레이그(통역 최연세 씨)에게 '모든 승부를 볼카운트 0B2S 때 처럼 던지라'고 지시했다. (볼넷을 줘도) 후속 타자 가르시아를 상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앞선 두 타석에 김광현을 상대로 2루타와 우익수 쪽 직선타를 날린 타자. 어렵게 승부하라는 의미였다.
볼카운트 2B0S. 포수 몰리나가 슬금슬금 밖으로 빠져 앉았다. 바깥쪽 낮은 보더 라인 쪽으로 요구했다.
"이얍~"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김광현의 손에서 공이 떠났다. 이날 김광현이 던진 99번째 공. 78마일 짜리 체인지업이 우타자에게서 멀어지는 대신 안쪽으로 말려 들어갔다. 한 가운데 낮게 형성된 공. 배트를 흔들며 타이밍을 맞추던 앤드류 본의 스윙 궤적에 딱 걸렸다. 왼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 홈런. 단 1점도 주지 않고 5⅔이닝을 끌고 온 김광현이 지켜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5⅔이닝 5안타 3볼넷 5탈삼진 3실점. 팀도 1대5로 패해 시즌 2패째(1승)를 안았다. 평균자책점은 3.09.
패배보다 더 속 상한 일은 투수 교체를 한 박자 미루고 승부를 맡긴 쉴트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는 지점이었다.
김광현은 못내 아쉬웠다. 경기 후 화상 인터뷰에서도 평소답지 않게 표정이 많이 굳어 있었다.
"6회 못마친 게 아쉽다. 홈런과 볼넷을 내주는 바람에 마무리가 아쉬웠다. 좀 많은 이닝을 끌고 갔어야 했다."
하지만 정작 실트 감독은 김광현을 두둔했다.
그는 "커맨드가 되고 있었고 충분한 힘이 있었다. 좋은 공에 타자가 좋은 스윙을 했다. 그것이 바로 야구"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강조했다. 이어 "오늘 김광현의 볼은 환상적이었다. 강한 공을 많이 던졌다"는 칭찬을 잊지 않았다.
김광현은 "(앞 타석에서 본이) 슬라이더를 잘쳤고, 그 때 맞은 게 생각나서 체인지업으로 승부했는데 가운데 몰리면서 홈런이 됐다. 교훈 삼아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 되돌릴 수도 없다. 그저 복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뿐.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투수. 그조차도 또 하나의 평범한 교훈을 되새긴 경기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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