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3일 대구 KIA전.
4-1로 앞선 5회초 KIA 공격. 1사 1루에서 삼성이 승부수를 띄웠다.
김대우 대신 벤치의 선택은 루키 이승현. 패스트볼 제구가 썩 좋지 않았다.
김태진에게 볼넷, 터커에게 안타를 허용해 1사 만루에 몰렸다. 타석에는 이틀 연속 홈런을 날린 이진영. 패스트볼 만 5개 던진 끝에 풀카운트가 됐다. 밀어내기 볼넷을 내줄 수 있는 상황.
6구째 결정구는 예상을 깬 137㎞ 슬라이더 유인구였다. 일찌감치 꺾여 원바운드가 되는 날카로운 슬라이더. 이진영의 배트가 참지 못하고 돌았다. 헛스윙 삼진.
이승현-강민호 배터리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승부수가 빛을 발하는 순간.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신형 거포. 그는 왜 땅에 처박히는 슬라이더에 속절없이 속고 말았을까. 이승현 슬라이더 회전수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삼성 구단이 측정한 이승현의 슬라이더 평균 구속은 135㎞, 최고 138㎞에 달한다.
중요한 점은 회전수다. 평균 2737rpm, 최고 2899rpm에 달한다. 리그 최정상급이다.
심지어 메이저리그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빅리그 슬라이더 평균 회전수는 약 2400rpm. 이승현은 트레버 바우어, 게릿 콜, 저스틴 벌렌더 등 메이저리그 톱 클래스 투수들의 슬라이더 회전수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승현이 던지는 커브는 더욱 기가 막히다.
평균 구속 123㎞, 최고구속 126㎞의 커브는 평균 회전수가 무려 3002rpm, 최고 회전수가 3146rpm에 달한다.
입이 떡 벌어지는 놀라운 수치다. 메이저리그 커브 평균 회전수는 약 2500rpm 정도.
3000rpm을 넘는 투수는 빅리그에서 조차 극히 드물다. 커브 장인 클레이튼 커쇼의 커브 회전수는 2400rpm, 찰리 모튼은 2900rpm의 커브를 구사한다. 대부분 국내 투수들의 커브 회전수는 평균 2000rpm을 넘지 못한다.
슬라이더와 커브 회전수가 많으면 더 강하고, 더 예리하게 꺾인다. 상대 타자들의 대처가 쉽지 않다.
게다가 패스트볼과 타점이 흡사할 경우 공략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라운드에 처박히는 이승현의 슬라이더 유인구에 이진영의 배트가 속절없이 돌아간 이유다.
이승현은 프로 입단 후 바로 실전에 투입된 동기생 이의리(KIA) 김진욱(롯데)과 달리 경산에 머무르며 기초 다지기에 매진했다.
"경산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체중 감량을 통해 밸런스를 잡는 하체 운동을 꾸준히 했어요. 그러다보니 프로와서 근력이 좋아지고 볼 스피드도 조금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체계적 훈련 결과 패스트볼 구속까지 더 빨라졌다. 대구 상원고 시절 147㎞였던 구속이 지금은 평균 148㎞, 최고 152㎞까지 나온다. 회전수는 2229rpm, 최고 2439rpm이다.
게다가 타점까지 높다. 낙폭 큰 폭포수 커브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150㎞를 넘나드는 좌완 파이어볼러. 여기에 리그 정상급 회전수를 자랑하는 커브와 슬라이더를 겸비했다. 두둑한 배짱과 강한 승부욕은 또 다른 무기다.
구위는 입증됐다. 이제 이승현에게 필요한 건 실전 경험 뿐이다.
긴박한 상황 속 힘을 빼는 요령, 견제, 퀵모션, 수비 등 부수적인 능력치를 경기 경험을 통해 키워가면 된다. 리그를 호령할 최정상급 좌완 투수로의 성장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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