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홍창기요? 어휴…"
작년부터 정평이 난 선구안에 이제 정교한 타격과 은근한 장타력까지 갖췄다. 풀타임 2년 만에 이미 리그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가 됐다.
LG 트윈스 홍창기 얘기다. 올시즌 3할 타율에 4할 출루율과 장타율을 보유했다. OPS(출루율+장타율) 0.906으로 리그 10위. 타석당 평균 투구수도 4.21개에 달한다.
27일 롯데 자이언츠에겐 '악마' 그 자체였다. 결승 홈런 포함 3안타 2볼넷으로 5타석 5출루, 출루율 100%를 기록했다. 선발 프랑코를 무너뜨린 선봉장이기도 했다. 류지현 감독은 "오늘 리드오프 홍창기의 5출루가 팀 타선을 활발하게 이끌어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홍창기 같은 타자를 보는 팀동료의 생각은 어떨까. 이날 6이닝 1실점으로 호투, 시즌 4승을 따낸 정찬헌의 의견이 궁금했다.
'홍창기를 상대한다면?'이란 질문에 정찬헌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나라면 차라리 입맛에 맞는 공 던져주고 초구부터 치라고 한다. 안타가 되건, 홈런이 되건. 공 하나로 끝내면 일단 이득이다."
정찬헌은 홍창기에 대해 "일단 볼 5개 이상 던진다고 봐야되는 타자"라고 설명했다. 투구수 관리가 중요한 투수들에겐 골치아픈 존재다. 때문에 설령 안타를 맞더라도 초구부터 좋은 공을 주는 게 낫다는 것.
정찬헌은 "난 매타자 3~4구 안에 결과를 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경기하다보면 뜻대로 안된다"며 웃었다.
이날 정찬헌은 6회까지 3안타 2볼넷 1실점(1자책)으로 쾌투했다. 투구수 88개의 경제적인 피칭. 평균자책점은 3.50까지 낮췄다.
하지만 정찬헌은 지난 20일 NC 다이노스 전을 철저히 반성하며 "투구 패턴이 노출된 것 같다. 제구는 잘 됐는데 속질 않더라.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거듭 반성했다. 당시 정찬헌은 3⅔이닝 동안 볼넷 하나 없이 13안타를 허용, 9실점하며 무너졌다. 팀원들에게 바톤을 넘겨줄 새도 없는 패배였다. LG 4연패의 시작이기도 했다.
이날은 달랐다. 초반엔 다소 흔들렸지만, 3회부터 완전히 컨디션을 되찾았다. 정찬헌은 "요즘 3~4경기 잠실에서만 던졌다. 작은 구장에 왔으니 큰거 조심한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던지려다 제구가 잘 안됐다. 3회부터 하던대로 공격적으로 맞춰잡길 잘했다"고 설명했다. 1~2회 실점이 잦다는 생각에 초반에 강하게 던지려다보니 실수가 있었다는 것. 그는 "오늘 또 하나 배웠다. 다음 경기 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찬헌은 직구(28개) 외에 슬라이더(30개)와 포크볼(17개)을 적극 활용하며 롯데 타자들을 요리했다. 정찬헌은 포수 유강남을 향한 전폭적인 신뢰를 드러냈다.
"직구가 좋으면 직구, 커브가 좋으면 커브를 많이 쓴다. 오늘은 슬라이더와 포크볼이 좋았을 뿐이다. 유강남이 그날 컨디션이 좋은 공을 끌어내준 덕분이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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