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말 못할 눈물로 얻은 대기록.'
시민구단 대구FC가 올 시즌 상반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9경기 연속 무패. 그것도 8승1무에 달하는 기세로 시즌 최다 무패 기록을 달린다.
창단 후 최다연승(6연승)도 기록하는 등 '창단 첫 FA컵 우승-DGB파크 돌풍(2018∼2019년)'에 이어 '제2의 황금기'를 맞는 분위기다.
이런 결과물은 어쩌다 운 좋아서 얻은 게 아니었다. 지도자의 남모르는 눈물이 스며든 헌신과 선수단과의 찰떡궁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30일 9경기 연속 무패를 달성했던 강원FC와의 K리그1 19라운드가 끝난 뒤. 대구 구단은 기쁨은 커녕 숙연한 분위기에 빠졌다.
이병근 감독(48)의 애틋한 사연을 접했기 때문이다. 경기 후 기자회견때 뭔가 초조한 표정이었고, 회견장을 나서자 눈물을 쏟았던 이유를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이날 새벽 아버지의 영면 비보를 접했다. 성호상 선수강화부장에게만 이 사실을 알리고 다른 모두에겐 강원전이 끝날 때까지 비밀로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자신의 일로 인해 중요한 경기에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속으로 통곡하면서 경기를 지휘해 승리를 이끌었다. 뒤늦게 부고를 밝힌 뒤 황급히 고향인 경남 산청으로 달려갔다.
사실 이 감독은 1주일여 전부터 속앓이를 했다. 아버지의 병세가 손쓸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됐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병원의 연락을 받았다. 전북 현대와의 중대 경기를 앞두고 있었기에 역시 숨기고 있었다. 언제일지 모를 임종을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살아계실 때 마지막 얼굴을 뵙기 위해 성 부장에게만 얘기하고 몰래 하루 외출을 다녀왔단다.
그렇게 이 감독은 애가 찢어지는 슬픔을 혼자 삭이며 '팀'을 먼저 생각했다. 대구 구단 관계자들은 "남들은 연승-무패에 마냥 즐거워하고 있을 때 이 감독은 속으로 견뎌내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면서 "최근 FA컵 포함, 3연승을 한 것도 이 감독의 그런 헌신 덕분이라 생각하니 더 눈물이 난다"고 했다.
구단은 이 감독의 노고를 치하하는데, 이 감독은 선수들 칭찬을 먼저 한다. 지난 4월 전북전 대패(0대3) 이후 연승을 탄 비결에 대해 "선수들이 먼저 알아서 반성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긴 무패 행진 동안에도 많은 얘기를 하거나 간섭할 필요도 없었다고 한다. 이 감독은 "훈련, 경기 끝나고 자기들끼리 미팅을 한다. 처음엔 어린 선수들이 듣기만 했는데 지금은 각자 자기 주장을 한 마디씩 할 정도로 발전했다"며 "이용래 등 선배들이 긍정 에너지를 전파한 덕분"이라고 고마워했다. 이런 미팅 분위기 덕에 경기장에서도 과감한 협력수비 같은 플레이가 나온다는 게 이 감독의 해석.
이어 이 감독은 "선수단 구호도 달라졌다. 예전엔 '파이팅', '열심히 하자'였는데 요즘은 '이기자', '이길 수 있다'를 외친다"면서 "발전하는 팀의 분위기를 만들어 준 선수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공을 돌렸다.
구단→감독→선수로 전파되는 '덕분에 바이러스'가 창궐(?)한 대구. 이유있는 고공행진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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