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다. 스포츠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나이들면 뒤로 물러나고 결국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하지만 '노장'의 활용가치는 본인이 하기 나름이다.
두산 베어스 장원준(36)은 한때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였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경찰야구단에 있던 2012~2013년을 제외하고 8시즌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렸고, 통산 129승을 거뒀다.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2021년 장원준은 선발투수가 아니다. 1군에 몸담고 있지만, 예전 만큼 주목받지는 못한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원준이가 중간에서 원포인트로 너무 잘 해주고 있다. 왼손 타자가 나오면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시즌 14경기에서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 중이다. 지난 1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3-3이던 8회말 등판해 좌타자 나성범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박치국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2일 NC전서도 나성범을 만났는데, 이번에는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이른바 '좌완 스페셜리스트'다.
'선발투수' 장원준은 이제 없다. 장원준이 하락세를 탄 것은 2018년부터다. 구위 저하에 따른 부진이 이어졌고, 허리, 무릎 등 부상이 동반됐다. 2019년 중간계투로 6경기에 등판했고, 지난해에는 2경기에서 선발로 나섰지만, 예전의 구위를 찾지 못하고 난타를 당했다.
올해 장원준은 다시 중간계투를 맡았다. 4월 한 달간 퓨처스리그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4월 29일 1군에 올라 제 몫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직구 구속은 140㎞가 채 안나오지만,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김 감독은 "사실 구속이 워낙 안나오니까 중간에서 베스트를 다해서 던지고 있는데 생각보다 컨디션이 굉장히 올라 있다"며 "구속은 안 나오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잘 나오는 것이고, 공끝도 괜찮다"고 평가했다.
선발 시절 장원준의 단점은 1회 부진하다는 것이었다. 몸이 풀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모습은 없다. 구원 보직에 적응됐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우승할 때 원준이가 선발로 잘 해주고, 이현승이 마무리로 잘 해줬다"면서도 장원준의 선발 복귀에 대해서는 "본인한테 한 번 물어볼까"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산은 현재 최원준 말고는 토종 선발진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올해 깊은 부진에 빠진 유희관과 이영하를 대신해 곽 빈과 임시 선발들이 나서고 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영하는 3일 이천에서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선발등판하는데, 1군 복귀 시점을 타진할 수 있는 경기다. 심신을 추스르기 위해 지난달 30일 1군서 말소된 유희관 역시 돌아오면 선발이다.
아무리 급해도 장원준을 다시 선발로 쓸 분위기는 아니다.
창원=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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