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이정훈(27·KIA 타이거즈)의 주 포지션은 포수다.
하지만 1군 무대에선 좀처럼 실력 발휘를 할 기회가 없었다. 2017년 2차 10라운드로 KIA 유니폼을 입었지만, 지난해까지 1군 출전은 고작 14경기에 그쳤다. 1군 안방을 양분하고 있는 김민식(32), 한승택(27)의 그림자가 컸다.
지난달 콜업돼 예사롭지 않은 방망이 실력을 뽐낸 이정훈은 최형우(36)가 복귀하더라도 1군에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포커스는 안방이 아니었다. 지명 타자 또는 1루수 기용 가능성이 점쳐졌다. 최근 들어 이정훈이 1루에서 펑고를 받는 모습도 잦았다. 마운드와 안방의 호흡, 전체적인 야수 구성을 고려할 때 이정훈이 1군에 잔류하더라도 포수 마스크를 쓰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컸다.
이런 이정훈이 '전공'을 멋지게 살렸다. 2일 대전 한화전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선발 출전했다. 1군 무대에 포수로 출전한 것은 2020년 5월 5일 광주 키움전 교체 출전이 마지막이었다. 1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19년 9월 28일 광주 LG전 이후 613일만. 그동안 지명 타자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낸 이정훈이지만 포수 마스크를 쓰고 보여줄 모습엔 물음표가 달렸다. 5월 한 달간 승리를 얻지 못했던 신인 투수 이의리와의 호흡도 관건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정훈은 5회까지 이의리와 호흡을 맞추면서 한화 타선을 1점으로 틀어 막는데 공헌했다. 이의리가 1회 제구 난조 속에 흔들리자 레퍼토리를 바꿔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도왔다. 타석에서의 존재감은 이날도 빛났다. 최형우의 적시타로 2-1이 된 5회초 1사 2, 3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만들었다. 이의리는 이날 경기 후 이정훈과의 호흡을 두고 "초반에 변화구 위주로 가다 직구로 바꿔가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이 늦어지고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정훈은 "솔직히 오랜만의 (포수) 선발 출장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하지만 원래의 포지션이고 김상훈, 진갑용 코치님께 배운대로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 자신 있게 수비에 임했다. 오늘 하루 배운다는 생각도 가졌었다"고 돌아봤다.
좋은 활약을 펼친 이정훈이지만, 여전히 안방에선 '옵션'이다. 오랜 기간 투수들과 호흡을 맞춘 김민식 한승택에 비해 수비 경험이 뒤쳐지는 것은 사실. 그러나 첫 출전을 통해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여줬고, 타격 능력도 꾸준히 이어간 부분은 윌리엄스 감독에게 분명 어필할 만한 모습이었다. 프로의 세계에 영원한 주전은 없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이정훈이 꾸준한 활약을 앞세워 KIA의 안방경쟁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지도 모를 일이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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