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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게 조사한다더니, 뒤에선 계정 삭제…숨진 직원 데이터, 온전히 보존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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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A씨가 자신의 상사인 B씨로부터 평소 폭언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글들이 게재됐다. 자신들을 네이버 직원이라 밝힌 이들은 "B씨는 평소에도 '엎드려뻗쳐 리더'로 유명했다", "그와 일했던 직원들은 임원과 면담도 했지만 오히려 그 직원이 다른 부서로 배치됐다", "진상을 꼭 밝혀 징계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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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입장문을 통해 "고인인 A씨가 생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위계에 의한 괴롭힘 등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사실로 밝혀질 경우 명백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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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씨가 사망한 지 이틀 만인 지난 27일 회사 내부망 '커넥트'에서 해당 직원의 계정이 삭제되는 일이 발생했다. 업무시스템 내에는 회사 출입 기록과 업무지시·이력·직원들과 주고받은 메일 등이 담겨 있으나, 노조는 물론 고인의 유가족 역시 업무 관련 기록 접속이나 확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전달한 전자우편 입장문에서 "회사의 적극적인 데이터 보전 노력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중요 데이터는 모두 회사 업무시스템에 있기에 고인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로컬(기기조작) 및 원격을 통해 삭제되지 않고 보전되도록 약속하라. 조합의 공식적 요구에도 데이터 삭제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삭제 지시자뿐 아니라 행위자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통상적으로 직원이 퇴사하면 커넥트 계정은 바로 삭제된다. 해당 사안에 대해 회사는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외부 기관을 통해 객관적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는 입장만을 전했다.
직장 내 괴롭힘 지목된 가해자 업무 정지에 "확실한 처벌 이뤄져야" 목소리…노조·일부 정치권 '예의주시'
네이버 이사회 산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지난 1일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B씨 등에게 직무정지를 권고했고, 한 대표는 이를 수용했다.
네이버와 IT 업계 안팎에서는 이들의 징계 수위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일부 네티즌들은 '왜 권고사직이 아닌 직무정지냐',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데 직무정지라니' 등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직장 내 갑질문화 근절을 위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성남고용지청 근로문화개선지원과 관계자는 "사실관계 차원의 확인을 진행하고 있으나 경찰 측 조사가 함께 이뤄지고 있고, 회사 측에서도 외부 기관을 선정해 조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우선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지도록 지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네이버노조는 노동분야 전문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회사와 별개로 자체적인 진상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숨진 A씨와 함께 일한 동료들의 증언과 관련 자료들을 별도로 모으기 위한 움직임에도 나섰다. 공동성명 측은 "고인이 업무지시나 괴롭힘 등으로 괴로워했다는 증언이나 주요 관계인으로부터 유사하게 괴롭힘을 당한 경험 등이 있다면 연락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IT업계의 노동실태를 알리고 명확한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일부 IT업계 직원들은 회사가 위치한 분당 지역구 국회위원들에게 "네이버가 제대로 된 조치나 조사 등을 취하는지 확인해달라"는 전자우편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IT 기업의 강점인 수평적 조직문화에서 창의성·혁신성이 나오게 되는데, 안타까운 이번 사건을 보며 대표 IT 기업인 네이버의 조직문화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됐다"면서 "직원들이 불행한 조직이 미래를 이끌 수는 없다. 자성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