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두산 베어스가 6대2 승리로 3연패를 끊은 기쁜 날, 외야수 정수빈(31)은 크게 웃을 수 없었다.
17일 잠실 삼성전에 2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무안타. 잔치집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묘한 기분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4경기 째 끊어내지 못한 무안타 행진. 정수빈은 지난 10일 롯데전 부터 13타수무안타로 침묵 중이다.
1회말 1사 후 첫 타석부터 기습번트를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두번째 타석부터는 저승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2012년 부터 2020년까지 무려 9년간 한 유니폼을 입고 동고동락한 옛 동료이자 친한 형 오재일(35·삼성).
잇단 안타성 타구를 거미손 수비로 척척 걷어내며 동생을 괴롭혔다.
3-0으로 앞선 2회말 2사 2,3루. 안타 하나면 추가 2득점 찬스. 정수빈이 때린 1루 땅볼. 어려운 바운드를 오재일이 차분하게 캐치해 직접 1루를 밟았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5회 1사 후에는 완벽한 우전안타성 빠른 땅볼를 넘어지면서 잡아내 1루를 밟았다. 가까운 두산 벤치에서 농담 섞인 '비난'이 쏟아졌다. 이 소리를 들은 오재일은 두산 측 덕아웃을 바라보며 익살 맞은 표정으로 멋적게 웃었다.
끝이 아니었다. 7회 선두 타자로 나선 정수빈은 1-2루 간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안타가 될 길목에 또 오재일이 있었다. 몸을 틀어 미트에 넣었다. 허탈한 정수빈의 표정과 또 한번 '야유'를 들은 오재일의 미소가 묘하게 엇갈렸다.
6-1로 달아난 8회말 2사 3루. 정수빈이 마지막 타석에 섰다.
드디어 오재일이 빠졌다. 최영진이 대수비에 나섰다.
정수빈은 홍정우의 변화구를 당겨 우익선상으로 빠질 듯한 빠른 땅볼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트를 왼손에 낀 최영진이 온 몸을 던져 막아냈다. 투수에게 토스해 아웃. 5타수무안타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2013년 부터 9년간 한솥밥을 먹은 절친한 선후배. 적으로 만난 1루수 '재일이 형'은 악몽이었다.
광활한 중견수 수비로 다른 타자들의 수많은 안타를 도둑질 했던 정수빈. 그 아픔을 옛 동료 선배로 인해 톡톡히 체험한 하루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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