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24일 수원 KIA전을 앞두고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4번 타자를 교체했다. "타격 코치와 얘기했는데 (황)재균이를 편안한 쪽으로 옮겨주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배정대를 4번에 배치했다. 재균이 뒤에 (강)백호가 있기 때문에 정대는 연결만 잘 시켜줬으면 좋겠다. 지금 상황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감독의 속내였다.
하지만 이 감독의 생각은 틀렸다. 이날 배정대는 연결자가 아닌 '해결되는 4번 타자'였다. 배정대는 1홈런을 포함해 홀로 5타점의 맹타를 휘둘러 팀의 6대3 역전승을 이끌었다.
사실 배정대는 올해 딱 한 차례 4번 타자로 나섰다. 5월 13일 수원 삼성전이었다. 당시 4타수 1안타를 기록한 바 있다. 전 타순을 소화했는데 주로 2번 타순에서 가장 많은 방망이를 돌렸고, 다음은 리드오프와 5번 타순에서 나란히 40타석씩 소화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 감독은 "배정대가 경기를 지배했다. 배정대로 시작해 배정대로 끝났다. 배정대가 살아나야 팀도 살아나는 것 같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정대는 "지난 23일 경기에서 만루 찬스 때 힘없는 타구를 쳤다. 그러나 이날은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며 "감독님께서 경기 전 따로 4번이라고 말씀을 안하셨다. 중요한 자리를 맡길 때는 말을 아끼신다. 나를 위해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4번은 데뷔해서 두 번밖에 안쳐본 것 같다.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내가 이 팀의 4번 타자야', '2~3위 팀의 4번 타자야'라는 강한 자신감"이라고 덧붙였다.
0-3으로 뒤진 6회 말 폭발시킨 추격의 투런포는 야구계 정설을 뒤집은 홈런이었다. KIA 이승재를 상대로 4구째 방망이를 힘차게 휘둘렀는데 타구가 왼쪽 담장 폴대 옆을 살짝 벗어나는 파울 홈런을 때려냈다. 이후 5구째 132km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짜리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배정대는 "'파울 홈런을 치면 삼진'이라는 말이 있는데 홈런을 칠 때 변화구를 던질 것 같았다. 앞에 직구가 계속 왔고. 변화구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서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4번 타자 배정대의 가치는 8회 말에 빛을 발했다. 2사 만루 상황에서 홍상삼의 변화구를 받아쳐 싹쓸이 좌전 적시 2루타를 때려냈다. 배정대는 "2스트라이크를 당한 과정이 변화구였다. '아마 변화구가 또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했는데 노린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생각이 있어서 좋은 타구로 연결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강백호가 자동고의사구로 출루한 것에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냐"라는 질문에는 "전혀 상하지 않았다"라고 웃으며 "백호가 워낙 잘치는 타자고 당연히 나와 승부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태훈이가 2루수 땅볼로 아웃됐을 때 바로 타석으로 나갔다. 23일 경기와 이날 경기 초반에도 득점권 찬스를 살리지 못해 긴장을 많이 하는 것 같아 호흡을 많이 하면서 다스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은 배정대에게 만족스럽지 않은 시즌이다. 그는 "지난 시즌보다 발전된 모습은 아니다. 타율 등 지표를 봐도 개선된 모습이 없다. 개인적으로 부족하다. 올 시즌이 끝나고 타격폼을 수정한다면 내년에는 유인구를 참고 좋은 컨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팀이 치른 전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체력적으로 부담된다는 건 프로 선수에게 맞지 않은 것 같다. 수석코치님께서도 144경기에 정예멤버처럼 선발돼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하신다.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성적이 안좋다라는 건 프로답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수원=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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