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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환은 지난겨울 4년 42억의 FA 계약을 맺고 정든 두산을 떠나 SSG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FA는 프로야구 선수에게 '인생 대역전'의 찬스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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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4월말 뜻하지 않은 햄스트링 부상이 찾아왔다. 한달간의 휴식 후 복귀전을 치렀지만, 그때부터 긴 슬럼프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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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KBO리그는 사상 초유의 '외국인 감독 3명 시대'다. 상상 이상의 '깊은' 수비 시프트는 외국인 감독들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다. 최주환이나 추신수 같은 왼손 거포가 등장하면 3루수는 평소의 유격수 위치, 유격수는 2루 뒤쪽, 2루수는 1,2루 사이 중간쯤의 잔디 위에 선다. 평소대로 당겨치면 잘 치고도 아웃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억지로 밀어치자니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는다.
마침내 믿음이 보답을 받았다. 최주환은 5일 롯데 전에서 3점홈런 2방을 쏘아올리며 그간 어깨를 짓누르던 압박감을 떨쳐냈다. 그것도 0-3으로 뒤지던 4회 동점 홈런, 7-4로 추격당한 6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한방이었다. 두 홈런 모두 발사각이 40도에 달할만큼 작정하고 퍼올린 타구였다. '거포 2루수'다운 파워를 마음껏 뽐냈다. 아홉수를 일찌감치 떨쳐내며 두자릿수 홈런도 달성했다. 특타에 단거리 훈련까지 소화하며 신체 밸런스를 가다듬은 보람이 있었다.
"요즘 한 열흘 정도는 시프트가 문제가 아니라 타격감 자체가 바닥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내 스윙으로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서 시프트를 뚫는게 최선인 것 같다. 앞으로는 좋은 타구를 만드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최주환은 "중심을 최대한 뒤에 남겨두고, 자신있게 스윙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감독님께 생일 선물을 드릴 수 있어 기쁘다. 믿음에 감사하고, 꼭 보답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홈런 인형을 안은 채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최주환의 표정은 신인 때로 돌아간 듯 밝게 빛났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