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확정짓는 파 퍼트를 성공시킨 고진영.
그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며 생각에 잠겼다. 두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첫째, 골프에 대한 고민.
"지난 몇 개 대회에서 힘들면서, 어떻게 내가 가지고 있는 걱정과 염려를 내려놓고 경기할 수 있을까에 대해 기도를 많이 했다. 그런 점이 생각이 났었다."
둘째,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할머니가 천국 가신지가 4개월이 넘었다. 한국에 갈 수 없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할머니 입관하시는 것도 못 봤는데,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지금은 천국에서 보고 계실 걸 생각하니까 뭉클했고, 분명히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고진영(26)이 4개월 전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8번째 우승컵을 바쳤다.
고진영은 5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더 콜로니의 올드 아메리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LPGA 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VOA) 클래식(총상금 15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기록,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7개월 가까이 이어진 우승 갈증을 씻어낸 쾌거.
마틸다 카스트렌(핀란드)을 1타 차로 제친 고진영은 지난해 12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이후 197일 만에 통산 8번째 LPGA투어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출전한 10개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서 112주 동안 지켰던 세계랭킹 1위를 넬리 코다(미국)에게 내준 고진영은 선두 재탈환의 발판을 마련했다.
랭킹 1위에서 내려온 데 대한 부담과 고민이 컸다. 스스로 "골프 사춘기"라 칭할 만큼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내적 방황의 시간이 있었다.
"버디를 하면 흐름을 타고 가는 것이 내 장점이었는데, 지난 몇 개월 간 버디만 하면 그 다음에 항상 공의 바운드가 좋지 않거나 무언가를 맞고 나가는 등의 불운이 있었다. 그래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었다. 스윙이나 공 맞는 것, 퍼팅은 잘 됐는데 뭔가 될 듯하면서 안되니까 마음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때는 그냥 '아, 골프 사춘기가 왔구나'하면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고 '사춘기 또한 나쁘지 않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고, 업그레이드된 선수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시기였다"고 더 큰 도약을 위한 움츠림의 시기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렇게 7월이 됐고, 새 달 첫 대회에서 우승이 선물처럼 찾아왔다.
그는 "7월이 되자마자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겨서, 또 지난 목요일에 생신이셨던 아빠한테 좋은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돼서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우승 상금 22만5000 달러를 받게된 고진영은 상금랭킹 7위(79만1336달러)로 올라섰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는 "에비앙 대회에 나간 후에 도쿄 올림픽으로 갈 생각이다. 에비앙 챔피언십에 나가기 전까지는 체력이나 스윙감 같은 부분을 좀 더 완벽하게 보완할 것이다. 시험 관문이라고 생각하고 에비앙 대회에서 이것저것 시도를 해본 후에 도쿄 올림픽으로 건너 갈 생각"이라며 완벽한 상태로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정은이 1타를 줄여 7위(11언더파 273타)로 올 시즌 두 번째 톱10에 올랐다.
17번 홀(파5)에서 이글을 잡아낸 김효주는 4언더파 67타로 공동 8위(10언더파 274타)에 이름을 올렸다.
조건부 출전권으로 이 대회에 나온 김민지(24)는 김효주와 함께 공동 8위를 기록하며 다음 대회에 출전권을 확보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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