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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잉 승부욕은 때론 독이 된다. 결정적인 순간, 게임을 망친다. 한걸음 물러날 줄 아는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마운드 위에서 상대 타자들과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투수는 더욱 그렇다. 공 하나에 승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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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찬은 21일 고척 훈련 전 인터뷰에서 "승환 선배가 어제 투수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국제대회는 정규시즌과 달리 공 하나에 승패가 갈린다. 조심스럽게 가야 할 것 같다. (볼카운트가) 몰렸다고 해서 밀어넣을 필요 없다'고 좋은 말씀을 해주시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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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있게, 씩씩하게 승부하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론 확실하게 피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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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야구와 각종 국제대회를 두루 경험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선배의 조언. 젊은 투수들이 많은 이번 대표팀 투수 구성에 있어 더욱 중요하게 새겨져야 할 포인트다.
지난 2009년 3월 한일전으로 펼쳐진 WBC 결승전. 한국은 9회말 이범호가 다르빗슈 유로부터 극적인 동점 적시타를 날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3-3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2사 2,3루에 스즈키 이치로가 타석에 섰다.
마무리 임창용은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1루가 비어있던 상황. 벤치에서 어렵게 승부하라는 사인이 나왔다. 포수 강민호도 슬그머니 빠져 앉았다. 하지만 임창용이 던진 8구째 137㎞ 스플리터가 한 가운데로 향했다. 최고 타자 이치로가 먹잇감을 놓칠 리 없었다. 2타점 결승 적시타. 무모한 정면승부로 우승컵을 일본에 넘겨주는 순간이었다.
2006넌 WBC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일전으로 펼쳐진 준결승전. 0-0으로 팽팽하던 7회초 1사 2루에서 김병현이 왼손 거포 후쿠도메 고스케에게 정면승부를 펼치다 결승 투런포를 허용하며 결승진출에 실패한 적이 있다. 역시 과도한 승부욕이 부른 정면승부가 화근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