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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한국시각)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홀B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사브르 개인전 4강 무대, 김정환은 나홀로 살아남았다. 믿었던 세계랭킹 1위 오상욱이 8강에서 난적 산드로 바자제(산드로)에게 13대15, 2점 차로 석패했다. 세계랭킹 9위 구본길도 32강에서 아깝게 탈락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2018년 우시세계선수권 개인전 우승,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금메달을 모조리 휩쓴 자타공인 '리빙 레전드' 김정환은 이번 도쿄올림픽 개인전에 나선 3명 중 가장 랭킹이 낮았다. 2015~2016시즌 세계랭킹 1위를 찍었던 에이스지만 은퇴, 복귀 공백으로 랭킹이 15위까지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험난한 대진을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실력은 도망가지 않았다. 큰 무대에 강한 베테랑의 노련미가 빛났다. 32강에서 콘스탄틴 로카노프(ROC·세계랭킹 19위)를 15대11, 16강에서 세계랭킹 2위 미국의 일라이 더슈위츠를 15대9로 돌려세웠다. 8강전, 세계랭킹 8위 카밀 이브라히모프(ROC)와의 맞대결은 승부처였다. 1피리어드 5-8로 밀렸고 2피리어드 12-14까지 몰렸다. 이브라히모프가 1포인트만 찌르면 끝장인 순간, 기적 승부가 시작됐다. 투혼의 김정환이 3포인트를 잇달아 찔러내며 15대14, 대역전승을 완성했다. 그러나 사멜레와의 4강전 12-6으로 앞서다 잇달아 실점하며 12대15 아쉽게 역전패, 2대회 연속 3-4위 결정전에 나섰다. 후배 오상욱을 밀어낸 바자제와 동메달을 놓고 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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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 노장의 투혼은 눈부셨다. 매 포인트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피스트에 거침없이 몸을 던졌다. 그의 간절한 포효와 뜨거운 기세에 상대가 기를 펴지 못했다. 펜싱코리아의 파이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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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욱의 대전대 스승인 도선기 감독은 "김정환은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선수다. 상욱이가 처음 대표팀에 발탁돼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친형처럼 잘 감싸주고 이끌어줬다고 들었다. 상욱이한테도 정환이형을 보고 배우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펜싱인들 중 김정환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했다.
'펜싱 신사' 김정환이 기어이 역사를 썼다. 2012년 런던 금메달, 2016년 리우 동메달에 이은 2021년 도쿄 동메달이다. 아내에게 '본캐'를 증명했고 노장들에겐 희망의 증거가 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