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한민국 사브르 대표팀의 맏형, '베테랑' 김정환(38)이 어려움을 딛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정환은 24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홀B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결정전에서 조지아의 산드로 바자제를 15대11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뒤 김정환은 "4강에서 결승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내 작전 실수였다. 대표팀 하면서 12-6에서 역전패 한 적은 없었다. 2016년 리우 때도 똑같았다. 그때처럼 빨리 잊고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동메달이라도 따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2012년 런던 단체전, 2016년 리우 개인전에 이어 또 한 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나도 상상도 못했었다. 그 배경에는 훌륭한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있었다. 하나하나 주워 배운게 지금의 '베테랑 김정환'을 만들어줬다. 원래 우리의 목표는 단체전이다. 단체전 때는 더 깔끔하게 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실 이날 펜싱 대표팀에 대한 기대는 매우 높았다. 김정환을 비롯해 오상욱(남자 사브르) 최인정(여자 에페)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동시에 출격했기 때문. 하지만 남녀부 전원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유일한 희망이던 '맏형' 김정환도 눈앞에서 결승행 티켓을 놓쳤다.
최악의 분위기. 김정환이 이를 악물었다. 그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김정환은 10-10 상황에서 공격하던 중 부상을 입었다. 급히 오른발목 치료를 받았다. 김정환은 재개 뒤 곧바로 한 점을 내줬지만, 이내 리드를 되찾았다. 분위기를 탄 김정환은 연달아 득점에 성공하며 동메달에 마침표를 찍었다. 맏형이 한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김정환은 "일단 발목은 큰 부상이 아니다. 발목통증 있었는데 작전으로 활용했다. 맥 끊었는데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메달 결정전에서 상대 칼에 맞아서 머리에 혹이 났다. 골프공 크기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픈데 동메달도 못 따는 것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소리를 질렀다. 경기 전에 (구)본길이에게 '내가 경기를 하다가 머리가 하얘지면 너를 부를 것이다. 어드바이스 해달라'고 말했다. 본길이가 '상대가 공격적이라 형이 수비만 한다. 공격적으로 해보라'고 해줬다. 나도 그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잘못할까 두려웠다. 하지만 순간 두 동작에 끊어 들어가자고 생각해서 해냈다"고 말했다.
김정환은 2019년 한 차례 은퇴했다 돌아왔다. 그는 "한계를 느낄 때가 있었다. 돌아온 이유가 있다. 한국 펜싱 역사에서 올림픽 메달 세 개를 획득한 선수는 없다. 밟지 않은 눈을 밟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아내와 장인장모님께 증명하고 싶었다. 아내를 은퇴했을 때 만났다. 아내는 내가 펜싱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장인어른도 '다치지만 말라'고 하셨다. 자극이 됐다. 증명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아직 끝은 아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8일 단체전에서 설욕에 나선다. 김정환은 "개인은 보너스라고 생각했다. 소신껏하자고 했다. 우리의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이다. 지금 선수들 멘털이 조금 흔들렸을 것이다. 맏형이자 주장으로서 잘 맞추겠다. 국민들께 한국 펜싱이 어벤저스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바(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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