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부도칸에서 태극기를 짊어지고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꿈꿨던 안창림(27·남양주시청)에게 2021년 7월 26일은 유도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날로 남을 것 같다.
단 한 발자국을 옮기지 못했다. 안창림은 26일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73㎏급 준결승에서 라샤 샤브다투아슈빌리(조지아)에게 패해 결승행에 실패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 16강에서 무너졌던 안창림은 5년 만에 한풀이에 도전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일본 교토 출신 재일교포 안창림에게 부도칸은 꿈의 무대이자, 한이 서린 곳이었다. 뛰어난 기량에도 '한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전일본선수권 등 주요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귀화를 하면 출전시켜주겠다'는 일본 측의 제의, 뛰어난 기량을 안타까워한 가족들의 설득에도 안창림은 태극기를 짊어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2014년 한국으로 건너온 안창림은 이듬해 국가대표로 선발돼 '태극전사'의 꿈을 이뤘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유도 인생의 클라이맥스였다. 하지만 샤브다투아슈빌리와 연장 접전 끝에 지도패로 승부를 내줬다. 승부가 결정된 순간 안창림은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허탈할 수도 있었던 동메달 결정전. 그러나 안창림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동메달전에서 만난 루스템 오루조프(아제르바이잔)에게 절반승을 거두며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안창림은 "원하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모든 기준을 유도로 세워 매일 최선을 다해 훈련했다.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안창림과 오노 요헤이(일본) 간의 한-일전은 큰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오노를 넘지 못했던 안창림이 일본 유도의 심장 부도칸에서 멋진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안창림 스스로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만한 부분. 이에 대해 안창림은 "오노가 아니라 금메달을 목표로 지금까지 노력해왔다"며 "준결승전에서 패해 아쉽지만, 내가 다음에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안창림은 "내 정신적 기반은 재일교포 사회에서 나왔다. 소속팀부터 대한유도회까지 이제껏 도와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귀화 대신 대한민국 대표를 택한 부분을 두고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생명을 걸고 지킨 국적이다. 그것을 잊을 수 없고, (귀화 제의를 뿌리친 것에) 후회도 안한다"며 "재일교포는 일본에선 한국인, 한국에선 일본인으로 불리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내 메달로 재일교포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는 분이 생긴다면, 내 모습을 보고 재일교포 운동 선수, 어린이들이 용기를 얻는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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