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올림픽 준결승전 2시간 전. 키움 히어로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키움은 5일 '한현희와 안우진에게 자체징계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안 마련'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지난달 5일 원정 숙소 무단 이탈 뒤 서울의 호텔에서 외부인 두 명과 만났다. 이 과정에서 한화 이글스 선수인 주현상과 윤대경과도 약 6분 정도 동선이 겹친 사실까지 나왔고, 방역 수칙 위반 논란까지 일었다.
KBO는 '품위손상행위'에 근거해 이들에게 각각 36경기 출장 정지 및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키움 구단에는 선수단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1억원의 벌금이 나왔다.
키움은 자체 징계에 대해 고심했다. 한화가 먼저 징계를 내렸다. 한화는 윤대경, 주현상에게 10경기 출장 정지 및 벌금 700만원씩을 부과했다.
한화의 징계가 나오고 일주일이 지나도 키움은 '논의 중'이었다.
길었던 논의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한현희에게는 '선배로서 후배를 선도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인과의 만남을 제안하는 등 사건을 주도한 책임을 물었다'며 벌금 1000만원과 1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안우진에는 '이번 사건에 동조한 책임이 있으나 선배 권유에 의한 점, 음주를 자제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벌금 500만원이 부과됐다. 출장 정지는 없었다.
'주도적으로' 움직인 선배 한현희는 한화 선수들보다 더 강한 징계를 받았고, '이끌려 갔던' 후배 안우진은 한화 선수들보다 못 미치는 징계를 받았다.
발표 시점은 '공교롭게도' 한국과 미국의 도쿄올림픽 준결승전 두 시간 전이었다. 하루 전 숙적 일본에게 패하면서 올림픽 결승전 진출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앞둔 순간이었다.
모든 야구계의 이목이 쏠린 상황. 키움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체 징계 내용은 경기 개시와 함께 관심에 멀어졌다.
김경문호의 미국전 패배와 함께 '키움'이라는 키워드로 나오는 이야깃거리는 조상우의 투혼, 김혜성의 4안타 활약, 금메달 불발이 아쉬움 삼킨 이정후에게 쏠렸다. 만약 이겼더라도 키움은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자체 징계와 함께 재발방지를 하겠다는 다짐을 많은 팬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싶었다면, 발표 시점은 분명 잘못됐다. 금방 잊혀질 것이라는 흐름조차 읽지 못한 셈이다. 프로 구단이라는 명함을 내밀기조차 어려운 실책이다.
감추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면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다만, 대표팀 뒤에 숨는 졸렬함으로 팬들을 기만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야심차게' 준비한 제재금 기부 계획과 재발방지 대책안은 이미 관심사 밖으로 사라졌다. 선수단의 사고가 불편할 키움의 고위 관계자들은 과연 준결승전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봤을까.
키움 구단은 보도자료 말미에 "엄중한 시국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팬 여러분과 리그 구성원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관심사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시점에 나온 사과. 그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듣고, 기억할 이는 몇이나 될까. 키움은 이렇게 팬들과 한 걸음 더 멀어져갔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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