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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입덕기'에 세계적 이론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 박사 스토리가 빠질 수 없다. 패럴림픽 팬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2012년 런던 대회 개막식 얘기다. 단언컨대 9년 전 그날 호킹 박사의 위대한 '명강의'로 지구촌 수많은 이들이 패럴림픽에 '입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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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은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것(The Paralympic Games is about transforming our perception of the world)"이라는 천재 과학자의 정의는 진리다. 비장애인 선수들의 몸은 비슷비슷하지만 장애인 선수들의 몸은 단 한 명도 같거나 비슷하지 않다. 패럴림픽을 알기 전과 후의 세상은 다르다. 평등, 다양성, 인간, 인생에 대한 우주관, 세계관이 바뀌는 짜릿한 경험이다. 이제 별이 된 노과학자의 진솔한 응원은 살아갈 힘이다.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 세상에 표준적인 인간이나 평범한 인간은 없습니다. 삶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당신이 할 수 있는 일, 당신이 성공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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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시리즈를 보면 슈퍼히어로들이 세상을 구하죠.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우리는 다 슈퍼히어로예요. 모두 처참한 일을 겪었거든요. 우린 우리의 성공을 가로막은 역경과 싸워 살아남았어요. 그리고 강해졌죠. 인생은 투쟁입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한 투쟁." 세 살 때 1993년 브룬디 내전에서 엄마와 오른다리를 잃고도 살아남은 '멀리뛰기 선수' 장바티스트 알레즈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불사조, 비상하다'에서 담담히 읊조리는 내레이션이다. "올림픽에서는 영웅이 탄생하고, 패럴림픽에는 영웅이 출전한다"는 빛나는 대사의 출처가 이 영화다. 올림픽을 꿈꾸던 이탈리아 11세 펜싱소녀 베베 비오는 치사율 97%의 수막염으로 팔다리를 잘라내고도 불사조처럼 살아나, 패럴림픽 펜싱 피스트에서 날아오른다. 보통사람은 깊이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 인생의 시련에 정면으로 맞서 싸워 승리한 이들은 '슈퍼히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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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리우패럴림픽 불혹의 나이에 여자육상 200m에서 2연속 은메달을 따낸 후 장문의 발 편지를 썼던 1m49의 작은 거인, 전민재(전북장애인체육회). 뇌병변 장애를 딛고 발로 또박또박 써내린 그녀의 재기발랄한 편지엔 감동과 유머가 녹아 있다. 2018년부터 발 편지는 폰 편지로 바뀌었다. 한국나이 45세, 스마일 전민재가 펼칠 투혼 레이스만큼 그녀의 유쾌한 편지가 기다려진다.
휠체어농구 대표팀은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21년만에 패럴림픽 무대에 선다. 도쿄행 티켓을 따낸 후 암으로 지난해 9월 세상을 뜬 스승이자 동료, 고 한사현 감독 영전에 메달을 바치겠다는 일념이다. '캡틴' 조승현은 "한 감독님께서 하늘나라에서 조금만 도와주시면 4강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도쿄에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장애인 배드민턴엔 세계랭킹 1위 '딸바보 터미네이터' 김정준(울산중구청)이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노르딕 스키대표로 전종목을 완주한 '사이클 철녀' 이도연(전북장애인사이클연맹)도 친구같은 세 딸을 가슴에 품은 채 금메달에 도전한다. '수영을 하면 걸을 수 있다'는 말에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는 '리우 수영 3관왕' 조기성은 "2연패가 목표다. 도쿄에서 장애인 수영의 역사가 돼 돌아오겠다"고 호언했다.
이제 도쿄패럴림픽 영웅들을 소환할 시간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25일부터 시작될 '영웅'들의 중계 일정을 체크하고, 인간 한계를 넘어선 '슈퍼 휴먼'들의 눈부신 몸짓에 빠져든다면, 축하한다. '입덕 완료'다.
도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