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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은 31일 대구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의 시즌 8차전에서 4아웃 마무리로 시즌 30세이브에 선착했다. 해외진출 전 마지막으로 구원왕에 올랐던 2012년 37세이브 이후 9년만의 30세이브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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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도쿄 올림픽. 칼로 베인 듯 쓰린 시련 속에서 30년 야구 인생에 느낀 바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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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선수와 캐치볼을 하는데 공을 놓는 타점과 포인트를 보고 '아, 나도 저렇게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우석 선수하고 캐치볼할 때도요. 팔을 앞으로 가져오는 스타일이어서 공을 받는 입장에서 잡기도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잡는 거 보다 치는 게 더 어렵잖아요. 큰 장점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원래 알고는 있었지만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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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에 돌아와서도 계속 좋지 않은 모습이면 지금까지 했던 게 모두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마음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가슴 속에 못 다한 이야기를 꺼냈다. 대표팀 김경문 감독에 대한 언급이었다.
"김경문 감독님께 너무 많은 걸 배우고 왔어요. 예전에도 같이 생활 했지만 그 전에는 가깝게 이야기 할 기회는 없었거든요. 이번에 함께 소통하면서 어떤 순간에도 선수를 믿고 힘을 줄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 선수 입장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존경할 만한 지도자이셨어요."
오승환 다운 소신 발언이다. 도쿄올림픽 참사의 모든 책임이 떠 넘겨진 채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한 사령탑.
이번 도쿄 참사는 어느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었다.
베이징 쾌거 이후 13년 간 켜켜이 쌓여온 한국야구의 구조적 문제와 현실이 반영된 결과였다.
풀뿌리 육성을 외면하고 리그의 반짝 인기에 안주하는 사이 일본과의 전력 격차는 두배 이상 커졌다.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한 것 자체가 선수단이 정신력으로 뭉쳐 이뤄낸 기적에 가까운 결과였다. 메달 획득은 절대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다.
한 야구인은 "한국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선수발굴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세계와의 격차가 심화됐다. 동메달 획득이 결코 쉽지 않은 전력이었다. 하지만 팬들의 눈높이는 베이징 올림픽 전승 금메달에 맞춰져 있었다. 도쿄올림픽에 가기 전에 KBO가 언론을 통해 팬들에게 한국야구가 처한 객관적 현실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메달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과 동시에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도 주력하겠다는 성적과 육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팬들께 미리 전달했어야 했다. 그래야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한 정당한 시선을 받을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런 소통의 노력 없이 결과가 좋지 못하자 모든 책임은 선수단에 전가됐다. 특히 수장인 김경문 감독은 인격살인에 가까운 비난을 받아야 했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KBO는 김경문 감독의 그림자 뒤에 몸을 숨겼다. 한국야구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야구 원로들은 여론에 편승해 선수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역대급으로 뜨거웠던 2021년 여름. 이와는 대조적으로 차디찬 겨울을 맞이한 한국야구의 한심한 풍경들이었다.
프로야구 최고참 오승환이 김경문 감독을 옹호하고 나섰다. 적어도 최선을 다했다는 점 하나 만은 인정해줬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선수들도 감독님 마음을 잘 알고, 그만큼 열심히 했는데…. 어차피 결과잖아요. 사실 이런 말씀도 자신 있게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점들이 참 많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