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결국은 세징야가 운명을 쥐고 있는 건가.
조금만 힘을 내면 3시즌 연속 상위 스플릿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방심했다가는 단숨에 하위 스플릿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대구FC의 얘기다. 전북 현대, 울산 현대 양강과 치열하게 선두 경쟁을 벌이던 대구. 하지만 부족한 뎁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8월 5연패를 당했다. 이제 선두 싸움을 물건너갔다.
27경기를 치른 시점 승점 38점으로 5위다. 3위 포항 스틸러스와는 승점 1점 차이 뿐. 잘 버티면 3위 경쟁이 가능해진다. 3위를 떠나 3시즌 연속 상위 스플릿 진출에 성공하면 강팀으로서의 이미지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직 매 경기 결승전처럼 싸워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상위권 싸움 잔류를 안심할 수 없다는 점. 7위 수원 삼성과의 승점 차이는 고작 3점 뿐이고, 1경기 덜 치른 8위 제주 유나이티드와도 7점이다. 두 팀 모두 전력 정비만 하면 언제든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팀들이기에 대구가 방심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그래서 4일 성남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21라운드 순연경기는 대구에 중요했다. 지난달 28일 28라운드에서 최하위권 성남을 3대1로 물리치고 겨우 5연패를 탈출했다. 그리고 바로 리턴매치였다. 여기서 연승 분위기를 만들면 포항을 밟고 올라가 3위가 될 수 있었다. 순위를 떠나 한결 편하게 9월 레이스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0대0 무승부. 경기 내내 상대를 몰아치고도 1골을 뽑지 못해 허무하게 승점 2점을 날리고 말았다.
3대1로 이겼을 때와 0대0으로 비겼을 때의 가장 큰 차이. 바로 팀의 에이스 세징야였다. 세징야는 28라운드 경기에서 멀티골을 뽑아내며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1주일 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햄스트링 문제 때문이었다. 팀의 모든 공격을 주도하고, 여의치 않을 때는 해결사 역할까지 하는 세징야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컸다.
문제는 세징야의 햄스트링이 시한폭탄이라는 점.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축구를 자주 구사하는 세징야라 햄스트링이 온전치 못하다. 2019 시즌부터 툭하면 햄스트링 통증으로 결장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대구 입장에서는 햄스트링이 크게 다치면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해 심혈을 기울여 관리해주고 있다고 하지만, 경기 수가 누적될수록 중요할 때 뛸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니 머리가 아프다.
햄스트링은 수술로 확 치료가 되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치료법이 있지도 않다. 시간이 약인 부위다. 일단 대구는 10일 열리는 포항과의 29라운드에 세징야가 출격할 것이라고 예고는 했다. 중요성으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경기. 세징야가 꼭 필요하다.
포항전을 넘어, 세징야의 햄스트링이 버텨주느냐 아니냐에 따라 대구의 상위 스플릿 진출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16강 본선에 진출해있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명운도 마찬가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