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이제 벼랑 끝에 다다랐다.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저스틴 보어는 반등할까.
보어의 타순이 갈수록 내려가고 있다. 이제 가장 약한 타자가 친다는 8번까지 내려왔다. 보어는 9일 잠실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서 8번-1루수로 출전했다.
후반기 시작 때 4번으로 출발했던 보어는 7경기에서 28타수 3안타로 타율 1할7리의 부진을 보였고, 이후 6번으로 내려갔으나 3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치자 8월 26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7번으로 또 한 계단 내려갔다. 이때부터 7경기 연속 안타 1개씩을 때려내며 좋아지는가 했지만 지난 4일 KT 위즈전부터 다시 무안타에 빠졌다. 8일 SSG 랜더스전에선 볼넷 3개를 고르긴 했지만, 1타수 무안타로 3경기 연속 안타를 치지 못했다.
LG 류지현 감독은 9일 타순을 대폭 조정하면서 보어의 타순을 8번까지 내렸다. 7번에서도 보어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8번은 야구에서 가장 '못치는' 타자에게 주는 타순이다. 9번은 1번 타자로 연결되기 때문에 8번보다 더 중요시 되는 타순이다.
부진을 보이는 보어에겐 1군의 마지막 단계까지 왔다고 할 수 있다. 류지현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1군에 데리고 있으면서 벤치에 앉혀 놓는 것은 그 선수와 팀에 모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류 감독은 "조금 더 타석에서 상대 투수에 적응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릴 것이냐 아니면 시간을 줘서 (2군에서)재정비를 해서 올릴 것이냐를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즉 보어를 쓰려면 선발로 내고 아니면 2군에서 재정비를 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류 감독은 이어 "우리가 영입을 결정했을 때 보어를 본 것은 배트를 내는 횟수가 많지 않은 선수였다. 홈런 타자임에도 OPS(출루율+장타율)가 괜찮은 선수로 봤고 그걸 장점으로 보고 선택했다"면서 "지금 타석에서 대처하는 모습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타순이 내려갈지라도 보어에게 계속 기회를 주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타자 중 8번에서 기사회생한 사례로 NC 다이노스 애런 알테어가 있다. 알테어는 지난해 시즌 초반 2번, 4번 등 상위타선에 배치됐으나 부진을 보였고, 편하게 적응하라는 뜻으로 8번으로 내려간 이후부터 타격이 살아났다. 시즌 끝까지 하위 타선의 4번 타자로 군림하며 결국 타율 2할7푼8리에 31홈런, 108타점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맹활약을 펼쳐 재계약에 성공했다.
보어는 8일까지 20경기에서 타율 1할5푼6리(64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 국내 선수였다면 선발은커녕 1군에 있기도 힘든 성적이다.
류 감독의 벼랑끝 전술이 통한 걸까. 보어는 이날 첫 타석에서 극적인 만루홈런을 쳤다. 2-1로 앞선 1회말 2사 만루서 한화 선발 라이언 카펜터의 가운데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포를 날렸다. 지난 8월 11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서 데뷔 첫 솔로포를 친 이후 29일만에 날린 두번째 홈런이 가장 필요한 순간 터졌다.
4타수 1안타 4타점을 올린 보어의 활약을 앞세운 LG는 8대1로 승리하며 4연패에서 벗어났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