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2년전 17승 에이스가 가을을 정조준한 두산 베어스의 핵심 불펜으로 떠올랐다.
두산 이영하는 12일 열린 LG 트윈스와의 더블헤더 1~2차전에 모두 등판. KBO리그 통산 6번째 '더블헤더 연속 승리'를 올린 선수로 기록됐다.
더블헤더 2경기 모두 등판. 과거에는 흔한 일이었다. 특히 마무리 투수의 하루 2세이브는 당연시되던 풍토도 있었다.
하지만 두 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되는 건 흔하지 않다. 17년만에 세워진 진기록이다. KBO리그 통산 첫 '하루 2승'의 주인공은 문희수(해태 타이거즈)다. 문희수는 1988년 9월 1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1차전 구원승, 2차전 선발승을 거뒀다. 문희수는 더블헤더 연속 승리를 기록한 6명 중 유일하게 '선발승'이 포함된 선수다. 80년대 말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그 뒤로 김성길(삼성 라이온즈·1991) 권준헌(현대 유니콘스·2003) 송진우(한화 이글스·2003) 유동훈(KIA 타이거즈·2004)이 각각 '하루 2승'을 기록했다.
3연투조차 금기시되는 현대야구 흐름속 하루 2경기 투입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연승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필요성, 종반에 접어든 정규시즌에서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를 노리는 두산의 현 상황, 긴 휴식을 가졌던 이영하의 충분한 체력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영하 외에 마무리 김강률에게도 전날 경기에 이어 이날 더블헤더 2경기까지 '이틀간 3연투'를 지시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경기전에도 필승조 홍건희의 뒤를 받칠 1순위 투수로 이영하를 꼽았다. 김 감독은 여전히 2019년 17승을 올렸던 '선발 이영하'를 원하지만, 최근 2년간 이영하의 선발 성적은 29경기 출전 4승 12패 평균자책점 7.03이다. 경기당 평균 5이닝을 채 채우지 못했다. 반면 불펜 성적은 꽤 훌륭하다. 총 26경기에 등판해 4승3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0.89를 기록중이다.
이영하는 "선발로는 구종이 단조로운 편이라 매회 어떻게 막아야하나 하는 부담이 있다. 내가 지면 볼배합이 잘못됐다는 얘기가 꼭 나와서 포수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오늘은 고맙다고 할 수 있어서 좋다"면서 "지금은 한타자 한타자 간절하게 던진다. 지금의 제겐 한이닝씩 집중할 수 있는 불펜이 더 좋은 것 같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기술보단 멘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심리적인 부담이 없다"면서 "그동안 내가 해놓은 짓이 있지 않나. 몇이닝이든 몇연투든 뛰겠다. 감독님이 내 이름 불러만 주셔도 좋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왜 가을에 강할까. 프로 1군 5년차 이영하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다. 이영하는 "별로 달라진 건 없는 거 같은데, 형들이 중요할 때 쳐주고 막아준다. 괜히 6년 연속 한국시리즈 가는게 아니구나 싶다"며 웃었다.
두산은 이날 2승을 거두면서 최근 6연승(무승부 제외)을 질주, 공동 5위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에 단 반경기 차이로 따라붙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가을 DNA에 시동이 걸렸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