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싫어서 뺀 게 아니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교체에 관해 '상황적 선택'이었음을 애써 강조했다.
이 감독은 1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가진 취재진 브리핑에서 "그 질문이 제일 먼저 나올 줄 알고 왔다"며 "승부 중에 바꾼 것은 보다가 거기서 (박)시영이의 슬라이더면 삼진을 잡을 거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날 선발등판한 데스파이네가 3-2로 앞선 6회말 1사 1,3루서 7번 박계범을 상대하던 중 볼카운트 2B2S에서 투수를 박시영으로 교체한 데 대한 설명이었다. 타자와 상대하는 도중에 투수를 바꾸는 건 흔치 않다. 보통 투수의 승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구위와 제구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판단될 때 나오는 일이다. 더구나 이강철 감독은 승부 도중 투수 교체를 거의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박계범 타석에서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시영은 첫 공인 5구째 슬라이더를 던졌다. 이때 두산 1루주자 강승호가 2루를 향해 돌진했고, 공이 송구되는 사이 3루주자 김재환이 홈을 파고들어 득점을 올렸다. 3-3 동점이 되면서 데스파이네의 승리요건은 사라졌다.
박시영은 6구째 132㎞ 슬라이더를 던져 박계범을 삼진 처리했다. 이 감독의 교체 이유가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이 감독은 "(예전)취임식에서 말했지만, 난 그 상황에서 이길 수 있는 야구를 한다. 옛날 야구라고 해야 할까, 내 야구라 해야 할까. 케이스바이케이스다"면서 "도루를 줘서 점수를 줬지만, 데스파이네가 싫은 게 아니라 승부처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옛날 시영이의 슬라이더는 지금과 다르다. 박계범을 잡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데스파이네가 싫은 게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이 이런 오해를 사게 된 건 데스파이네가 지난 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초반 무성의한 자세로 투구를 한다는 이유로 1⅔이닝 만에 교체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날 두산전에서는 그런 태도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 감독은 "제구는 그날 컨디션이나 능력의 문제다. 전력으로 던지는 게 중요하다. 기본 마인드가 안돼 있으면 그건 아니다"며 "어제 데스파이네는 제 몫을 했다"고 말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