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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부정과 강재 사이에는 낯설지만 설레는 감정들이 피어올랐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강재가 먼저 침묵을 깼다. 유통기한이 지난 토마토 주스를 만지작거리며 목마르다고 하자, 부정은 작은 가방에 챙겨온 귤을 꺼내 건넸다. 자연스럽게 풀어진 분위기 속에 두 사람은 소소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다시 찾아온 적막에 강재는 "뭐 하고 싶어서 불렀어요?"라고 물었고, 부정은 "그냥 앉아있고 싶었어요. 집이 아닌 곳에서"라고 답했다. 아무런 관계도 아닌 사람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누워있고 싶다는 그 말에 강재는 생각도 없이 먼저 침대에 누웠다. 한참 그의 이야기를 듣던 부정 역시 그 옆에 작은 몸을 뉘었다. 강재는 부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그가 귤을 가지고 나온 까닭이 궁금해졌다. "소풍 나가는 기분으로 왔구나"라는 강재의 질문에 "소풍은 아니고, 그냥 사라지고 싶은 마음으로 왔어요"라는 부정의 말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짧은 대화 속에서 자신과 닮은 구석을 발견한 두 사람의 마음에는 알 수 없는 동요가 일었다. 이어 강재는 "혹시 오늘처럼 말고, 다음에 어디서 우연히 만나면 우리 같이 죽을래요?"라는 한 마디로 부정의 마음을 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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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과 강재의 옥상 위 재회도 그려졌다. 죽은 정우(나현우 분)가 즐겨듣던 'hallelujah(할렐루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깊은 눈맞춤을 나누는 두 사람은 이전과 사뭇 달라져 있었다. 부정과 강재는 누구와도 나눌 수 없었던, 마음 한구석에 숨겨둔 상처와 아픔을 털어놓으며 진정한 관계의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심장에서 시냇물 흐르는 거, 나 그거 뭔지 알아요"라며 서로의 아픔에 감응하고, 닮은 구석을 발견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애틋했다. 가슴 깊숙이 아려오는 부정과 강재의 이야기가 매회 진한 여운을 안기고 있다. 과연 "혹시 오늘처럼 말고, 다음에 어디서 우연히 만나면 우리 같이 죽을래요?"라는 강재의 말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지,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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