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선발진에 뚫린 큼직한 구멍들, 지쳐가는 불펜. SSG 랜더스의 후반기는 우울하다. 8월 이후 성적만 보면 10개 구단 중 KIA 타이거즈와 함께 최하위권이다. 그 KIA와의 주말 2연전에서도 모두 패했다. 주중 롯데 자이언츠전 2승1무가 아니었다면, 자칫 하위권으로 추락할 뻔했다.
그나마 선발진의 한 축을 지켜주는 선수가 지난해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태양(31)이다. 토종 원투펀치와 외국인 에이스마저 이탈한 SSG 선발진의 보기드문 베테랑이다.
올시즌초 불펜으로 기용되던 이태양은 문승원 박종훈이 한꺼번에 이탈한 6월부터 선발 한자리를 꿰찼다. 김원형 SSG 감독으로선 로테이션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돌아주는 이태양이 고마운 입장.
여기에 젊은 선발들을 이끄는 리더십마저 뽐내고 있다. 이태양은 시즌 5승(선발 2)째를 거둔 뒤 "이 말만큼은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오원석(20) 최민준(22) 두 어린 투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선발로 뛰고 있다. 열심히 하는데 팀 사정도 그렇고 힘이 부치는 모습이 보여 안타깝다. 준비에 비해 결과가 안나오니 좀 의기소침한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으니, 두 선수를 좀더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이태양은 "난 욕도 많이 먹어봤고,시원하게 털리기도 하니 내성이 있다. 어린 선수들은 경험이 별로 없다보니 사소한 일이 자신감이 왔다갔다 한다. 응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태양 또한 어깨의 부담이 적지 않다. 선발등판한 12경기에서 2승7패 평균자책점 5.57을 기록했다. 24일 롯데 자이언츠전은 이태양이 선발전향 첫 경기인 6월 16일 이후 내리 7연패한 뒤 가까스로 100일만에 올린 승리였다. 3-0으로 앞서던 6회 이대호에게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했지만, 기어이 7회까지 마운드에 올라 역투한 끝에 타선의 분발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태양은 올시즌부터 SSG에 함께 몸담고 있는 추신수(39)의 조언을 소개했다. 추신수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16년간 활약한 선수답게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베테랑들에게도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30경기쯤 남았을 때 추신수 형하고 많은 얘기를 했다. 앞으로 선발은 5~6경기 남은 거 같다고 하니까 '그럼 다음 경기가 개막전이라고 생각하고 던져라'라고 해주셨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올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내년에도 기운이 이어진다. 매 경기 개막전, 매타자가 1번타자라는 생각으로 던지려고 한다."
그는 "오랫동안 불펜으로 뛰었지만, 사실 선발 욕심이 한켠에 남아있었다. 우연찮게 기회가 왔다. 기회주신 감독님께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정규시즌이 끝났을 때 다 같이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때를 위해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새삼 다짐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