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강백호(KT 위즈)의 어이없는 실책 하나가 후반기 호투를 거듭해온 배제성을 무너뜨렸다.
배제성은 30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 3이닝 만에 7안타 2볼넷 6실점(4자책)으로 초토화된 뒤 바로 교체됐다.
배제성에게 롯데는 친정팀이다. 하지만 선발투수로 자리잡은 건 2017년 KT로 이적한 뒤 기량이 급격하게 늘면서부터다.
배제성은 선발로 올라선 2019년 이후 3년간 롯데전 무려 13경기에 등판, 8승1패 평균자책점 2.45의 절대 우위를 지켜왔다. '롯데 킬러' 그 자체였다. 올시즌 후반기 성적도 7경기 3승2패 평균자책점 1.99의 철벽. KT의 후반기 상승세를 이끈 주역이다.
'킬러'의 날카로움을 무너뜨린 건 아군의 실수였다. 1회 1사 후 2번타자 손아섭은 평범한 3루 땅볼을 때렸다. 타구 속도마저 빨라 여유있게 1루에서 잡을 수 있는 상황. 황재균의 송구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1루수 강백호는 이 공을 잡지 못하고 떨어뜨렸다. 항상 웃는 얼굴인 황재균이 보기 드물게 양 허리에 손을 올리며 어이없어한 실수였다. KBO 기록위원도 이론의 여지없는 '1루수 (포구)실책'으로 기록했다.
이 실책의 나비효과는 컸다. 롯데는 다음 타자 이대호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전준우의 중전 적시타로 손쉽게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안치홍의 안타, 정훈의 희생플라이가 이어지며 순식간에 2-0.
배제성은 2회 3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는듯 했다. 하지만 3회에도 내야 수비의 흔들림에 직면했다.
타구의 주인공은 또다시 손아섭. 이번엔 2루 옆쪽 날카로운 안타성 타구였다. 천성호가 잘 따라가 잡았지만, 글러브에서 쉽사리 공을 빼지 못한 끝에 서두르다 1루에 악송구를 했다. 안타로 기록되긴 했지만, 천성호가 침착하게 잘 처리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었다.
또다시 흔들린 배제성은 이대호에게 안타, 1사 후 안치홍의 1타점 2루타, 그리고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지시완와 마차도에게 잇따라 적시타를 허용했다. 어느덧 점수차는 0-6.
한번 달아오른 롯데의 방망이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4회에도 선두타자 손아섭의 2루타를 시작으로 이대호의 적시타, 전준우의 안타가 이어지며 7점째. 버티지 못한 이강철 감독은 배제성의 교체를 지시했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