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작년엔 내가 2군 타자들까지 손댈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올해는 다르다."
문보경 이재원에 이영빈까지 가세했다. LG 트윈스의 타자팜이 쑥쑥 자란다. 류지현 LG 감독의 특별한 주문이 팀을 바꿔놓았다.
LG 트윈스 이영빈(19)은 신일고를 졸업하고 올해 프로에 뛰어든 신인이다.
타격이 예사롭지 않다. 노림수가 분명하고, 어린 선수답지 않게 인내심이 뛰어나다. 지난 6월 데뷔 첫 볼넷을 두산 베어스전 결승타점 밀어내기로 얻어냈고, 지난 2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문보경(22) 대신 대타로 출전해 결승타를 때려냈다.
29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류지현 감독은 이영빈 이야기가 나오자 밝은 미소를 띄웠다. 지도자를 기쁘게 하는 젊은피다.
"(이)영빈이가 대타 성공률(13타수 6안타 3볼넷)도 좋지만, 롯데전에 좋은 기억도 있다. 타격 밸런스 면에서도 이영빈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문보경은 뜨거웠던 6~7월의 기세가 한풀 꺾인 상황. 류 감독은 "한창 좋을 때는 타격 중심이 낮았고, 허리 회전이 잘 이뤄졌다. 지금은 잘 안되고 있다. 전반기의 밸런스를 되찾게 하려고 노력중"이라며 고민을 드러냈다.
이영빈의 최대 장점은 인내심과 대처 능력이다. 작년까지 고등학교에 다닌 선수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투수에게 휘둘리지 않는 모습이 모두를 놀라게 한다고.
"19살 선수답지 않게 방망이가 공을 쫓아다니는게 아니라, 자기 중심을 잘 지킨다. (결승타)밀어내기 볼넷 얻을 때도 보면 투수가 던지지 못한게 아니라, 이영빈이 워낙 자기 존을 잘 지키고 있으니까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 이영빈만의 확실한 장점이다. 재능이 남다르다."
류 감독은 전날 이영빈의 타석에 히트 앤드 런을 걸었다. 병살타 위험을 줄이고, 선수가 타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벤치에서 결정을 내려준 것. 그럼에도 이영빈이 맞추는데 급급하지 않고 침착하게 때려내는 모습에 류 감독도 감탄했다.
류 감독은 LG에서 선수로 11년, 코치로 16년 재직한 뒤 올해부터 1군 사령탑을 맡았다. 작년까진 주로 작전과 주루, 수비 쪽 역할을 맡았다. 올해는 1군 사령탑으로서 선수단 전반에 자신의 철학을 심고 있다.
올시즌 LG는 문보경 이재원 이영빈 등 젊은 타자들이 차례로 1군에 수혈되며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이에 대해 류 감독은 "2군에 준 미션이 있다"고 답했다.
"올해 감독을 맡고 시즌을 치러보니, 타선이 좋을 때는 좋은데 안 좋을 때는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2군보다는 1군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모습을 만들어달라, 예를 들어 홈런보다는 컨택 위주인 타자라면 배트를 더 짧게 잡게 하라 같은 거다. 앞으로 LG도 끈질기고 까다롭게 치는 선수들에 초점을 맞춰 타격 방향성을 가져가야한다."
류 감독은 '홍창기가 되라는 말 아니냐'는 말에 "홍창기도 그렇고, 요즘 유강남도 잘 친다"며 활짝 웃었다.
LG는 최근 4경기에서 3승1무를 거두며 수아레즈 부상 이후의 먹구름을 걷어냈다. 수아레즈도 다음주 복귀를 앞두고 있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