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편의점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 점포들의 위기 속에서도 '나홀로 성장'을 거듭하며 주요 유통채널로 떠올랐다. '동네'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생활패턴의 변화에 맞고, 심야 시간이나 주말 등 시간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3 편의점 중 하나인 세븐일레븐은 적자 기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높아진 인건비를 비롯해 고정비용 등 재무적 부담 폭도 함께 커진 상황이다. 관련 업계는 취임 2년 차를 맞은 최경호 대표가 회사 안팎의 어려움을 보다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고, 개선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는 시각을 보낸다.
▶세븐일레븐, 고정 지출 비용 줄이기 어렵고 코로나로 유흥상권 위치한 점포 매출 증가율도 미미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0.3% 증가한 4조684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손실은 8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적자로 전환됐다. 소폭 증가한 매출에 비해 매출원가와 판관비 부담이 누적됐고, 늘어난 대손상각비로 손실이 발생했다. 올 상반기 역시 영업손실액은 58억원, 순손실은 78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코리아세븐의 독특한 비용부담 구조 역시 손실 타격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고정 지출 비용으로 분류되는 물류비 비중이 높은 편이다. 자체 물류망을 가지고 있지 않아,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계약을 맺고 배송 업무를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세븐일레븐 점포들이 주로 관광 및 유흥상권에 위치해 있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골목 상권에 위치한 경쟁사 점포들과 비교해 매출 증가율을 높이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리아세븐은 세븐일레븐 상표 및 운영기술도입 계약에 따라 미국법인 '7-Eleven'에 순매출의 0.6%를 기술사용료로 내야 한다. 이들에게 지급한 기술사용료는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273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음에도 고정 비용 축소가 사실상 매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때문에 편의점업계 대표주자임에도 불구,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영업이익률은 한층 더 낮아졌다. 2018년 1.09%를 기록했던 영업이익률은 2019년 0.54%로 하락했고, 지난해는 -0.21%로 전환했다. 2%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 중인 GS리테일·BGF리테일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OTT 콘텐츠 'D.P.' 관련 법적 공방 구설수…넷플릭스·촬영 제작사와 각 세우기도
저조한 실적 회복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세븐일레븐은 인기 OTT 콘텐츠 속 부정적인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돌발 악재'에 부딪히기도 했다.
지난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넷플릭스의 OTT 콘텐츠 'D.P.'를 제작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와 플랫폼 기업 넷플릭스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D.P. 드라마 속 부정적인 내용에 세븐일레븐이 배경으로 등장했고 등장인물들이 세븐일레븐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것을 두고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것.
세븐일레븐 측은 이러한 장면 묘사가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며 자사 점주들의 명예와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법적인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촬영 요청 당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었고,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도 아니다"라면서 "드라마 공개 직후 가맹점주 분들의 클레임이 쏟아져 제작사 측에 긴급하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즉각적인 피드백이 없어 법적인 절차를 밟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 이야기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논란 이후 넷플릭스 측도 "문제가 된 장면을 CG로 편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세븐일레븐의 이러한 조치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으나,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사실이 아닌 허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K콘텐츠의 광풍 속에서 좀더 여유있는 자세를 취할 수도 있지 않냐는 이야기. 특히 편의점을 자주 찾는 MZ세대를 비롯, 다수에게 주목받은 OTT 콘텐츠와 플랫폼사에 날을 세운 세븐일레븐의 행보가 다소 과도한 듯 보여진다는 의견을 보내기도 한다.
▶평사원 출신 최경호 대표, 영업이익률 끌어올리기 성공할까
2020년 1월부터 세븐일레븐을 이끌고 있는 최경호 대표는 1992년 코리아세븐에 입사, 28년 만에 대표직에 올랐다.
1968년생으로 한양대학교 체육학과 졸업 직후 코리아세븐에 입사한 그는 상품, 영업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기에 편의점사업 관련 업무에 정통한 인물이란 평을 받고 있다. 대표이사 취임 당시에도 최우선 과제로 인식되던 영업이익률 제고에 공을 들여 왔다. 지난해 6월부터 전자계약·모바일 앱 전환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앞장서고 있다.
편의점업계는 이 같은 시도들이 사업 지속에 긍정적 변화 분위기를 일으키고는 있지만, 즉각적인 매출액 증대나 영업이익률 제고까지는 가닿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GS·BGF리테일, CU 등이 자체 PB 상품군을 강화하거나 이종산업과의 협업 등으로 화제를 만드는 것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공사례 등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또 뒤늦게 편의점시장에 뛰어든 이마트24 역시 독자적인 상품 개발과 이마트와의 긴밀한 연계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어, 사실상 선두주자에게 뒤쳐지고 후발주자에겐 바짝 추격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점주들 사이에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3월 유튜브 채널 '네고왕' 세븐일레븐 편이 공개된 직후 가맹점주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편의점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세븐일레븐에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세븐일레븐을 이용하도록 이끌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매출액의 경우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1~2월이 지난 뒤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수익성 제고를 위해 푸드코트형 먹거리 특화 매장 '푸드드림' 점포와 스마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점포 등 확대,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 강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 등을 통한 차별화된 상품 출시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