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쟤는 직구밖에 못 던져! 직구만 노려!"
들으라고 하는 상대팀의 노골적인 야유. 프로 투수의 선택은 어느쪽일까.
능글맞게 호응하듯 변화구로 상대를 낚는 것도 투수의 스킬일 수 있다. 반면 투수는 포지션 특성상 자존감이 하늘을 찌른다. '칠테면 쳐보라'며 역으로 자신있게 직구를 꽂아넣는게 투수다운 선택일 수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 나원탁은 포수에서 외야수를 거쳐 올시즌 '이도류(투타병행)' 선수로 변신했다. 한방을 갖춘 대타 겸 묵직한 직구를 지닌 불펜 투수로 활약중이다.
본격적인 피칭에 나선지 1년도 안된 상황. 마운드에서의 경기 운영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변화구보다는 직구 의존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의 야유가 나왔을 때라면 어떨까.
나원탁은 5일 1군에 등록됐다. 이날 만난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나원탁의 멘털에 감탄했다. 1군에서기회를 줄 생각"이라며 웃었다.
나원탁은 올시즌 1군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다. 지난달 4일 타자, 5일 투수로서 각각 1경기에 출전한 게 전부다. 특히 5일 경기는 나원탁의 1군 투수 데뷔전이었다. 다음날 바로 1군에서 말소됐다.
서튼 감독은 "나원탁에겐 (투수로서)시간이 많지 않았다. 많은 걸 바라는 건 사치일 수 있다"면서도 "2군에 보내기전 어떻게 해야 더 공격적인 투구를 할 수 있을지 공부하고 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원탁에게 감명받은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다.
"올시즌 롯데 2군은 상무를 상대로 유일하게 상대전적 우위인 팀이다. 상무와의 마지막 시리즈 때 나원탁이 9회 마운드에 섰다. 상무 더그아웃에서 '직구밖에 못 던지는 투수니까 직구만 노려'라는 얘기가 나왔고, 나원탁도 이를 들었다고 한다."
나원탁의 선택은 직구였다. 나원탁은 프로 1군에 준하는 상무 타자들에게 자신있게 직구를 꽂아넣었고, 공 5개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서튼 감독에게 깊은 감명을 준 에피소드다.
전날 롯데는 김대우 정성종 최민재가 말소됐고, 이날은 프랑코가 백신 접종차 추가로 빠졌다. 대신 손성빈 추재현 나원탁이 등록됐고, 프랑코 대신 백신 엔트리로 내야수 최종은이 올라왔다. 서튼 감독은 최종은에 대해 "2군에서 정말 좋은 시즌을 보냈다. 타율이 3할이 넘는다(0.305, 174타수 53안타). 9월 MVP도 받았다. 2군 마지막 경기에서도 끝내기 2루타를 쳤다"면서 2군 선수에게 있어 1군 콜업이 주는 효과에 대해 강조했다.
"내게 주어진 것보다는 내가 노력해서 얻어낸 성과일 때, 선수는 한걸음 더 더 성장할 수 있다. 나는 어린 선수들에게 '2군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이면 1군에 올라갈 수 있다'라는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다. '나도 (1군에)올라갈 수 있다'는 기회가 중요하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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