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그야말로 천만다행이다.
후반 3분 황인범의 첫 골이 터졌을 때만해도 낙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후반 39분 오마르 크리빈에게 일격을 당한 후 먹구름이 가득했다.
다행히 '지옥의 5분'이 지난 후반 44분 손흥민이 천금 결승골로 한국 축구에 심폐 소생을 했다. 만에 하나 손흥민의 결승골이 없었다면 어떡했을까. 상상하기조차 싫지만 최악의 시나리오가 연출될 수도 있었다.
벤투호가 7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차전에서 천신만고 끝에 2대1로 승리했다. 승점 7점(2승1무)을 챙겼지만 지난달 1,2차전에 이어 씁쓸한 뒷맛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불안불안한 리더십도 진행형이다. 그는 시리아전 직후 "승리해서 기쁜 마음이다. 전반전은 매우 좋았다. 충분히 골이 나와 해결할 수 있는 찬스가 있었지만, 득점을 못했다. 후반전에는 첫 골 이후에는 전반처럼 잘하지 못했다. 상대가 한 두번 잘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실점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득점할 수 있었다. 정당한 승리였다고 본다. 다만 더 많은 점수차로 이겼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팬들이 쏟아내는 벤투 축구를 향한 물음표는 시리아전에서도 유효했다. 모든 스포츠는 흐름의 향연이다. 다른 부분을 다 차치하더라도 꼭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시리아는 수비라인을 두텁게 세우긴 했지만 경기 초반부터 극강의 수비 전술을 꺼내들지는 않았다. 특히 니자르 마후르스 감독은 0-1로 뒤지던 후반 33분 더 과감한 회심의 카드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수비수 알 아흐마드 대신 공격수 알 달리를 투입하며 공격라인의 숫자를 늘렸다.
아무리 상대가 한 수 아래의 전력이라고 하더라도 수적 열세의 상황은 어떤식으로든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이를 무시하며 화를 키웠다. 동점골 상황이 그랬다. 페널티어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는 백헤더를 거쳐 크리빈의 발에 걸렸다. 크리빈을 제지하는 한국 수비수는 없었고, 그는 지체없이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감독은 그라운드의 지휘관이다. 무의미한 교체 대신 정말 필요할 때 카드를 꺼내들든지, 상대의 전술 변화가 포착되면 바로 메스를 들어야하는 것이 상식적인 대응이다. 하지만 그 순간 벤투 감독은 없었다. 안이한 대응이 '지옥의 5분'을 연출한 것이나 다름없다.
벤투호는 9일 이란 원정길에 오른다. 분명한 점은 이란이 시리아보다 더 강한 상대라는 것이다. 한가하게 "더 많은 점수차로 이겼어야 했다"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보다 과오를 먼저 되짚어 보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