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혹시 나갈 수도 있다' 이런 긴장감을 주고 싶지 않다. 쉬는 날은 확실히 쉬게 한다."
2021시즌 KBO리그 최고의 불펜을 구축한 팀은 어디일까.
올해 구원투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스탯티즈 기준) 1위는 LG트윈스다. 구원 WAR 11.76으로 2위 KT위즈(8.14) 3위 두산베어스(7.46)와의 차이도 제법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3.45) 역시 두 팀(KT 3.76, 두산 4.28)에 비해 눈에 띄게 좋다. 이정도면 올시즌 '독보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차이다.
LG 타선은 외국인 선수 라모스와 보어의 잇따른 부진 속 리그 중위권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LG가 시즌 막판까지 상위권 싸움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이정용-정우영-고우석 필승조를 중심으로 한 불펜이다.
13일 롯데자이언츠전을 앞두고 만난 류지현 감독은 "오늘 김윤식 정우영은 쉰다"고 공언했다. 전날 SSG랜더스전에서 2이닝 이상을 소화했기 때문.
사령탑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승부처에 가장 믿는 투수를 기용하는 감독도 있고, "쉬게 해주고 싶지만 박빙이면 쓸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인 만큼, 전략적으로 불펜의 가동 여부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류 감독은 매 경기전 그날 쉬게할 불펜 투수를 스스럼 없이 언급한다. LG에만 선수로 11년, 코치로 16년 몸담은 끝에 올해 처음 맡은 사령탑의 자리. 그는 '초보 감독'의 조급함이 없다.
류 감독은 "쉬는 날을 확실히 정해줘서 편하게 리프레시할 수 있게 해준다. '혹시나 나갈 수도 있다'는 긴장감을 갖고 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있다. 시즌초부터 이 부분은 확실하게 마음먹은 대로 지키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 결과 불펜 관리는 류 감독의 자랑이 됐다. 성적도 좋지만, 누구 하나 무리가 가는 선수가 없다. 올해 불펜 최다이닝이 60⅓이닝을 던진 이정용이고, 2위 정우영은 53⅓이닝을 소화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더욱 돋보인다. 정우영은 데뷔 첫해인 2019년 7경기, 2020년 5경기에서 2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하지만 올해 2이닝을 던진 건 12일 SSG전이 처음이다.
류 감독은 "지금은 승부수를 띄워야한다. 더블헤더도 있고 휴일 없이 가는 상황이라 어느 경기에 어떤 투수를 쓸지 어렵긴 하다"면서도 "아직 우리 투수들은 지치지 않았다. (정규시즌)마지막 주까지 지쳐선 안된다. 남은 3주간 불펜 활용의 적정선을 잘 체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타선의 부진은 물론, '효자 외인' 켈리와 100이닝을 넘긴 이민호, 후반기를 책임져준 임찬규 정도를 제외하면 수아레즈가 부상으로 고전하는 등 선발진도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류 감독은 "불펜의 힘으로 이긴 경기가 많다. 그러면서도 운영 면에서 원칙을 지켰다는 게 다행으로 생각한다"면서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정확히 알고, 언제 나가야하는 시점인지 준비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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