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아스널의 레전드 아르센 벵거 전 감독이 그랬다. 그는 1996년 지휘봉을 잡아 2018년까지 무려 22년간 아스널과 함께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3회, FA컵 우승 7회 등 눈부신 역사도 완성했다.
하지만 벵거 감독은 아스널과 작별하기 전 마음고생도 심했다. 자신의 퇴진을 주장하는 이른바 '벵거 아웃' 플래카드가 런던 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 나부꼈다. 결국 그는 2017~2018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반전은 또 있었다. 벵거 감독이 떠난 후 아스널 팬들은 비로소 그의 존재감을 피부로 느꼈다. 팀이 부진하자 복귀를 바랐다. 그러나 벵거 감독은 "나는 아스널의 팬으로 남을 것"이라며 복귀를 거절했다.
동병상련이었을까. 벵거 감독이 맨유의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에게 애정어린 조언을 보냈다.
그는 25일(한국시각) 맨유가 리버풀에 0대5로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후 가진 '베인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리버풀은 최고의 하루를 보냈을 뿐이다. 이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빅매치의 패배자로서의 피해는 엄청나다"며 "모든 것은 감독의 책임이다. 솔샤르 감독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언론으로부터 클럽과 선수단을 보호해야 한다. 섣불리 발언을 하면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위기를 직시하고 팀의 정신력 회복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맨유는 벵거 감독의 아스널 시절 최대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빅매치 패배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벵거 감독이다. 솔샤르 감독을 향한 조언은 그의 경험이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