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내 주요 금융 그룹들이 역대 최대 이익 기록을 다시금 갈아치울 것으로 보여진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등 투자 수요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 등이 겹치면서 가계대출이 대폭 늘어났고, 금리까지 덩달아 오르며 이자 수익이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각 금융그룹 실적 발표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 가운데 KB·하나·우리·NH농협 4곳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모두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KB의 누적 순이익은 3조772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1%나 불었고, 하나의 누적 순이익도 2조6815억원으로 27.4% 급증했다.
우리(2조1980억원)와 NH농협(1조8247억원)의 누적 순이익 역시 각 92.8%, 24.9% 늘었다.
오는 26일 3분기 실적 공시를 앞둔 신한도 이변이 없는 한 3분기 순이익 1조1000억~1조2000억원에 이르러 올해 누적 순이익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시장은 오는 26일 3분기 실적 공시를 앞둔 신한도 이변이 없다면 3분기 순이익이 1조1000억∼1조2000억원에 이르러 올해 누적 순이익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 같은 역대급 실적의 주 요인은 여신(대출) 확대와 이에 따른 이자 이익 급증이다.
3분기 말 현재 원화대출금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311조8000억원), 하나은행(254조3520억원), 우리은행(258조1000억원), NH농협은행(252조4516억원)에서 올해 들어 작년 말보다 각 5.5%, 6.3%, 6.9%, 6.4% 늘었다.
여신 규모 자체가 불어난 데 더해 시장 금리 인상과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규제에 따른 우대금리 축소 등 영향으로 예금과 대출 금리 격차에 따른 마진 역시 커졌다.
일례로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의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83%, 1.58%로 작년 3분기(1.73%, 1.49%)보다 0.1%포인트(p), 0.09%포인트 높아졌다. 다른 금융그룹 추세도 대략적으로 유사하다.
이에 따라 각 그룹의 올해 3분기까지 이자 이익은 KB 8조2554억원, 하나 4조9941억원, 우리 5조890억원, NH농협 6조31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6%, 15.3%, 14.9%, 5.9%씩 많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출 자산이 크게 늘고 마진이 개선되면서 이자 이익이 증가했고, 각 금융그룹의 비(非)은행 계열사에 대한 투자 효과로 은행 외 계열사들의 이익도 양호한 편"이라며 "작년과 같은 사모펀드 사태 관련 충당금 등도 줄었다"고 이익 증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3분기까지 추세대로라면 올해 금융지주들의 순이익은 작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KB, 신한, 하나 금융그룹은 각 지주사 설립 이후 가장 많은 3조4552억원, 3조4146억원, 2조6372억원의 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을 거둬들였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