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고교 1학년 때 키가 1m96~97이었다. 일반 고교를 다니던 중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다. "배구 또는 농구 해볼래?"
아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버지는 배구 명문고 인하부고 배구부에 전화를 걸었다. "아들이 키가 큰데 배구선수를 할 수 없겠냐"고 묻자 배구부 관계자는 "입문 시기가 너무 늦어 안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래도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테스트 요청을 했다. 결국 테스트 끝에 배구부 관계자는 그 아들에게 배구선수가 될 기회를 부여했다. 주인공은 우리카드 신인 센터 이상현(22)이다.
그렇게 고교 1학년 때부터 시작된 배구선수였다. 그러나 입문이 너무 늦은 탓에 기본기 훈련을 위해 1년 유급을 택해야 했다. 이후 이상현은 본격적으로 배구 훈련을 받고 경기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대학 2년을 마친 뒤 2021~2022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우리카드에 지명됐다. 프로선수가 되기까지 5년밖에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4~5학년 때부터 8~9년간 프로배구 선수의 꿈을 키워온 이들에 비하면 '초고속'이나 다름없었다.
이상현은 올 시즌 우리카드에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다. 기술과 경험은 부족하지만, 비 시즌부터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하현용을 대체해 최석기와 함께 주전 센터로 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감독의 주문을 잘 이행하는 것이 이상현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미션이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지난 28일 "이상현에게 기회는 준다. 다만 감독 지시를 거부하면 앞으로 '빼겠다'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주문한 것이 있는데 자꾸 클러치 상황에서 반대로 블로킹을 뜨더라. 그리고 속공 때 너무 세게만 때리려고 하는 것도 보완해야 할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3라운드 정도 지나면 좋아지지 않을까. 상현이는 아직 배구를 5년밖에 하지 않았다. '구력이 없어 이해할께'라고 다독이고 있긴 하지만, 반대로 '프로는 기다려주지 않는 무대다. 이곳은 학교가 아니다'라고 주지시키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상현은 28일 한국전력과의 2021~2022시즌 V리그 남자부 홈 경기에서 팀이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이겨 개막 이후 4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따내는 것을 견인했다. 겉으로 드러난 지표는 3득점 뿐이었다. 1세트 초반 연속 블로킹과 속공 1득점이었다. 그러나 이상현이 칭찬받아야 할 건 블로킹 어시스트 4개다. 블로킹 어시스트는 블로킹 득점에 성공한 선수 외에 옆에서 같이 블로킹에 기여한 선수에게 부여하는 기록이다.
이날 우리카드는 높이에서 한국전력을 완벽에 가깝게 제압했다. 그 중심에는 이상현이 있었다. 팀이 블로킹 10개를 성공시켰는데 이 중 이상현이 블로킹 2개 성공에다 어시스트 4개, 유효블로킹 1개까지 총 7차례나 블로킹을 이끌었다.
신 감독도 "이날은 대체적으로 주문을 잘 이행했다"며 웃은 뒤 "다만 3세트에서 공이 떨어지면 (하)승우 쪽으로 가라고 했는데 라이트쪽으로 가려다가 왼쪽으로 가면서 타이밍이 늦은 모습이 보였다"며 전했다.
신인 센터의 활약에 나경복도 고무된 모습이다. 나경복은 "지금도 잘해주고 있다. 후배들이 잘하는 만큼 선배들도 잘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충=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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