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눈 앞의 한국시리즈를 놓친 아쉬움과 상실감.
선수마다 정도가 조금씩 달랐지만 베테랑 투수 우규민(36)에게는 정신적 충격이 더 컸다. 프로 입단 19년 차. 아직 단 한번도 최고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였던 2002년 이듬해인 2003년 입단한 우규민은 10년간 팀의 암흑기를 거쳤다. 2013년 2위를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다.
이후 2017년 삼성으로 FA이적 한 우규민은 올 시즌 첫 한국시리즈 진출의 문턱까지 갔다.
지난달 31일 대구에서 열린 KT와의 타이브레이커. 0대1로 패하며 무산되자 아쉬움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눈물을 삼킬 정도로 아쉽더라고요. 한국시리즈를 하느냐 못하느냐의 경기였잖아요. 직행해서 준비할 수 있었다면 더 설레는 마음이었을텐데요."
1년 차를 두고 삼성 유니폼을 입은 FA 이적생 우규민과 강민호.
투타 주축 두 선수는 화려한 선수 이력 중 딱 하나 우승 경력이 없다. 한국시리즈 경험도 없다. 그래서 더 두고두고 아쉬운 기회였다.
이번 플레이오프 무대를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박)경수가 LG 입단동기거든요. 축하한다고 했어요. 저도 눈물이 났을 것 같아요. 이전 제도였다면 저희가 우승하는 거였잖아요. 단 1경기로 (우승이) 정해지는 게 서글펐고, 왠지 144경기가 무언가 없어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선수들도 더욱 이를 갈고 있는 거 같아요."
말을 아끼고 있을 뿐 각오도, 자신감도 충만하다.
실제 우규민은 시즌 막판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찬바람이 불며 불펜 투구 간격 조정이 시즌 초 '미스터 제로'의 위력을 되찾은 비결이다.
"몸 상태는 괜찮습니다. 시즌 막판 주기적 등판 보다 텀이 있었기 때문에 체력 회복에 더 도움이 됐어요.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있습니다. 집중력 있는 경기고, 오랜만에 많은 팬분들의 열기가 있는 경기라 흥분되는 그런 게 있습니다."
긴 휴식과 많은 관중 앞의 무대 체질인 베테랑 투수. 시즌 초 위력이라면 단연 가을야구 삼성 불펜의 핵은 우규민이다.
삼성을 꿈의 무대에 올려놓을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두루 갖춘 베테랑 투수. 그의 가을 활약에 팀의 명운이 걸려 있다.
"삼성 입단 이후 내내 무거운 마음이었어요. 올해는 좋은 선수들이 왔고, 초반부터 느낌이 좋았거든요. 기회가 온 것 같고, 잘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과하지 않은 차분한 다짐. 데뷔 첫 한국시리즈를 향한 우규민의 다짐이 듬직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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