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 중 하나는 '2년차 징크스'(소포모어 징크스)이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맞은 데뷔 시즌에서 겁 없이 달려들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이후, 다음 시즌에서 부진에 빠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7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삼성생명과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친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에 이 케이스에 부합하는 선수들이 있다. 박지현과 김진희가 바로 그 대상이다.
두 선수는 엄밀히 말하자면 2년차 선수들은 아니지만, 지난 시즌 팀 사정으로 인해 붙박이 주전 자리를 꿰차고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펼친 후 올해도 2년 연속 이 기세를 이어갈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기에 그렇다는 얘기다.
아직 1라운드가 끝나지 않았고 이제 4경기를 치른 것에 불과하지만 두 선수는 2년차 징크스를 겪고 있음을 이날 경기에서도 그대로 보여줬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의 베테랑 듀오 박혜진 김정은이 번갈아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빠졌고, 최이샘마저 무릎 부상으로 자주 이탈하면서 이들은 시즌 전 경기에 나와 커리어 기대치를 뛰어넘는 플레이 타임을 소화해야 했다.
박지현의 경우 김정은이 발목 부상으로 중반에 아예 시즌 아웃이 되는 엄청난 위기에서 김소니아와 더불어 이 역할을 나눠서 책임져야 했다. 직전 시즌보다 평균 출전 시간이 2분여 정도 늘어난 36분 44초였지만, 경기당 15.37득점-10.4리바운드으로 평균 기록을 더블더블로 찍는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정규리그 1위에 일등 공신이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뒤늦게 프로에 뽑힌 중고 신인 김진희는 주전 가드 박혜진이 개막전 이후 부상으로 빠지자 기회를 얻어 경기당 30분을 넘게 뛰면서 5.47어시스트로 이 부문 기록상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말 그대로 깜짝 스타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박지현은 국가대표로 도쿄올림픽과 여자농구 아시아컵을 연달아 다녀온 후 체력 저하와 컨디션 난조, 여기에 발등 부상까지 겹치면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해 개막전 이후 3경기만에 이날 선발로 나섰지만 31분여를 뛰는 동안 5득점-4리바운드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 김진희는 이날 13분여밖에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고, 2득점-1어시스트에 그쳤다. 특히 김진희는 시즌 개막전인 하나원큐전에서 7개의 3점포를 시도, 단 1개도 성공시키지 못하며 아예 상대팀에서 외곽슛 수비조차 붙지 않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박지현의 경우 대표팀에서 실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서 밸런스가 깨져서 마치 데뷔 첫 시즌처럼 이도저도 아닌 플레이를 하고 있다. 본인도 답을 찾지 못해 답답할 것이다. 이제 시즌 시작이니 조급하지 않게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고 "김진희 역시 아무래도 지난 시즌보다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밸런스를 못 찾는 것 같다. 그래도 이미 가능성을 입증한 선수이니 계속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선수가 빨리 제 페이스를 찾아야 팀의 올 시즌 성적도 기대해볼 수 있다"며 "3년 이상 꾸준하게 제 역할을 해야 A급 선수라 부를 수 있다. 아무래도 주전이 되니 수비가 집중되기도 하고 본인에게 걸린 기대감도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스스로 부담감을 이겨내야 한다"고 단언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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