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무너지면 끝난다고 봐야죠."
외국인 투수 없이 포스트시즌을 치르게 된 두산 베어스는 확실한 전략 하나를 세웠다.
최원준-곽 빈-김민규로 선발진을 구성한 상황에서 선발 투수가 흔들리면 확실한 필승조 카드인 이영하 홍건희를 조기에 투입해 불을 껐다.
플레이오프까지는 이 전략을 확실하게 통했다. 선발 투수를 길게 끌고 가기보다는 조금이라도 힘이 떨어진 조짐이 보이면 바로 이영하와 홍건희가 뒤에 나섰다. 여기에 좌타자일 경우 이현승이 다리 역할을 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영하와 홍건희는 각각 4이닝, 3이닝을 소화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들의 투입을 놓고 "무너지면 끝"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이 카드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1차전에서 이영하는 7회 1-1 균형이 깨지는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이영하는 흔들렸고, 결국 추가 실점이 이어져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2차전에서는 홍건희도 무너졌다. 경기 전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의 몸 상태를 봐야 한다. 일단 홍건희를 먼저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0-1로 끌려가던 두산은 5회말 선발 최원준이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로 순식간에 3점을 추가로 헌납했다. 김태형 감독은 예고대로 홍건희를 투입했다.
홍건희는 장성우에게 2루타를 맞았다. 이는 사실상 이날 경기의 쐐기점이 됐다.
경기가 확실히 넘어갔다고 판단한 김태형 감독은 홍건희를 바로 내리면서 3차전을 대비에 들어갔다.
홍건희의 투입 시점은 평소보다 늦었다. 이전에 김태형 감독은 상대의 안타가 잇달아 이어지거나 혹은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칼 같은 결단을 내렸다.
다만, 2차전에서는 1회부터 3회까지 병살타가 3개가 나오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KT에게 넘어갔다는 판단을 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흐름이 아닌 것 같아서 홍건희를 올리지 않으려고 했다. 이승진으로 바로 가려고 했는데, 선수들 몸이 늦게 풀렸다. 내가 준비를 늦게 시켰다"고 밝혔다. 경기를 뒤집기 어렵다는 생각과 함께 결정을 망설였던 것.
두산은 3차전 선발 투수로 아리엘 미란다를 예고했다. 미란다는 어깨 통증으로 한국시리즈가 돼서야 합류했다.
미란다는 "많은 공을 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몸 상태를 전했다. 결국에는 이영하와 홍건희가 승부처에서 자신의 몫을 해야만 한다. 이영하는 이틀 휴식을 취했고, 홍건희는 공 4개를 던진 뒤 하루를 쉬게 됐다.
두산으로서는 이들의 빠른 재충전을 기다릴 따름이다.
고척=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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