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IBK기업은행은 지난 16일 광주 원정에서 개막 7연패를 탈출했다.
경기가 끝난 뒤 서남원 기업은행 감독과 김희진의 말에서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 감독은 "7연패를 하는 동안 너무 힘든 시기였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모두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희진도 "난생 처음 7연패를 해봐서 '멘붕(멘털붕괴)'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뒷맛은 개운하진 않았다. 사실 기업은행 선수단 분위기는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팀 내 '외딴 섬'이 있었다. 세터 조송화(28)였다. 이날 조송화는 웜업존에서 대기만 했다. 작전타임 때 선수들이 몸을 풀 때에도 가만히 서서 스트레칭만 했다. 서 감독은 "몸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다.
조송화는 지난 12일 KGC인삼공사전 이후 숙소를 무단 이탈한 상태였다. 복수의 배구 관계자들은 "조송화가 짐을 싸고 나가 지난 15일 팀이 광주로 내려가 훈련을 할 때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조송화와 서 감독의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보인 장면은 인삼공사전 작전타임 때 드러났다. 오버핸드 토스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단 공격으로 공격수에게 공을 배달한 조송화를 향해 서 감독이 "웬만하면 (오버핸드로) 토스해. 왜 자꾸 언더(토스) 해"라고 하자 조송화는 감독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알겠습니다"가 아닌 "실수요"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기업은행이 창단 최초로 개막 7연패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대변한 장면이었다.
서 감독은 조송화의 잦은 언더 토스에 대한 질문에도 선수를 감쌌다. "트라우마 같다. 오버핸드 토스를 하면서 실수를 하니 언더로 하는 것 같은데 오버핸드 토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올 시즌 주전 세터로 조송화를 택했다. 김희진을 비롯해 김수지 표승주 등 도쿄올림픽 4강 멤버가 세 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프로 10년차 세터 조송화만 흔들리지 않으면 중상위권 전력을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조송화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자 서 감독은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4연패 뒤 1라운드 인삼공사전에는 2014~2015시즌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입단한 김하경(25)을 선발 세터로 내세웠다. 이후 다시 조송화로 선발 세터를 전환하긴 했지만 경기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조송화의 무단이탈 소식에 구단은 발칵 뒤집혔다. 결국 선수를 설득해 조송화는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와의 경기 전에 고위 관계자와 함께 차를 타고 광주로 내려왔다. 당연히 훈련을 함께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하경이 선발 세터로 나설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개막 7연패에서 벗어나는 것을 견인했다. 서 감독은 김하경의 경기운영에 대해 "범실도 있었지만 자기 역할 이상 충분히 잘해줬다"며 엄지를 세웠다.
기업은행은 조송화의 무단이탈 미스터리를 풀지 못하면 더 깊은 어둠에 빠질 수 있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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