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10년 만의 '오리온-대구 매치'에서 활짝 웃었다.
가스공사는 17일 대구체육관에서 벌어진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2라운드 고양 오리온과의 홈경기서 88대79로 승리했다.
2연승을 한 가스공사로서는 이래저래 '훈훈한' 승리였다. 이날 대구에서는 상대팀이 오리온인 까닭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오리온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대구에 오면 두고보자'는 대구 팬들 전화를 몇통 받았다"고 말했다.
대구 팬들에게 오리온은 원망의 대상이다. 고양 오리온의 전신인 대구 오리온스는 2010~2011시즌을 끝으로 대구에서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농구 열기가 뜨거웠던 대구에서는 '야반도주'라는 반발도 들끓었다.
그로부터 10년,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창단되면서 오리온의 첫 방문 경기다. 오리온 선수단 중에서는 '대구 시절'에 뛰었던 이도 있다. 김병철-윤지광 코치와 오용준 김강선이다. 이들 3명은 전성기 시절 사랑을 듬뿍 받았던 대구를 '적'으로 방문하는 기구한 운명을 맞았다. 그것도 오리온 소속이라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말이다.
또 묘한 인연이 있다. 오리온스가 10년 전 대구에서의 최종전 상대가 창원 LG였는데, 당시 LG 사령탑이 강을준 감독이었다. 당시 오리온스에 패배(85대91)를 안겼던 강 감독이 오리온의 사령탑으로 또 대구를 잡으러 온 것.
하지만 팬들의 반감 정서는 기우였다. 누구를 원망할 이유도 없는 신생팀 가스공사가 경기 시작 전 따뜻한 환영식으로 화합 분위기를 연출했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이 나서 대구 오리온스에 몸담았던 두 코치와 두 선수에게 3897일 만의 방문 환영 꽃다발을 전달했다. 장내 아나운서도 "역사적인 날"이라며 페어플레이로 즐기자고 유도했다.
'반감'을 '환대'로 승화시키는 인정을 베푼 덕분일까. 가스공사는 경기도 잘 풀렸다. 위기에서 건진 승리라 더욱 값졌다.
가스공사는 이날 이대헌이 전날 훈련 중 발목 부상을 하는 바람에 열세가 예상됐다. 정효근 두경민이 장기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차바위가 부상 회복하자마자 또 불어닥친 악재였다.
하지만 가스공사에는 막강 외국인 선수 앤드류 니콜슨이 있었다. 니콜슨은 전반에만 19득점-8리바운드로 양팀 최고 기록을 올리며 팀의 기선제압을 선도했다. '계륵용병' 라둘리차가 여전히 부진한 오리온으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여기에 에이스 김낙현이 3쿼터 중반 이후 내외곽에서 본격적으로 터뜨리며 상대가 추격할 틈을 주지 않았다.
67-53으로 맞은 4쿼터. 가스공사는 오리온의 거센 추격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으며 여유있게 승리를 지켜냈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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