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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가 토끼 한마리를 최선을 다해 몰아가듯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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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3연승 후 단 한번도 뒤집힌 적이 없는 100% 승률에 지친 두산은 도전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양 팀의 대조적 분위기는 시작하자마자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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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 장성우 배정대의 적시타로 곽 빈을 ⅔이닝 만에 끌어내리며 선제 3득점을 했다. 큰 점수 차가 벌어질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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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을 확실하게 몰아붙이겠다는 이강철 감독의 강한 의지가 묻어있었다.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두산은 거의 매 이닝 투수를 교체하며 힘겹게 끌고 갔다.
찬스마다 보내기 번트 작전이 나왔다. 3회 선두 배정대가 볼넷을 고르자 신본기가 번트를 댔다.
선두 신본기의 솔로포로 6-1로 앞선 5회 9번 심우준이 안타를 치자 조용호는 또 한번 번트를 시도했다.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 아래서 수석 코치를 역임했던 이강철 감독은 두산 선수들의 저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두산 선수들은 쓰러지기 직전이어도 단 1%의 희망만 있으면 들불 처럼 살아날 수 있는 '가을좀비'다.
단 한번의 방심이 시리즈 전체를 내주는 불길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숱한 직간접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이길 수 있을 때 철저하게 눌러야 하는 상대, 바로 두산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시리즈를 마친 뒤 우승 인터뷰에서 "3연승하고도 사전 인터뷰에서 안절부절못했다. 김태형 감독과 선수단이 강하기에 항상 안심을 못했다. 김태형 감독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기면서도 며칠 간 힘들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처음으로 속내를 보인 셈.
이강철 감독은 지난 13일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전직 깐부'였던 김태형 감독을 향해 "빨리 끝내드리겠다"는 농담을 던졌다.
이 말은 결국 독한 의지 속에 현실이 됐다.
실제 KT가 크게 달아나지 못하는 새 두산은 6회 페르난데스의 2타점 적시타로 3점 차로 추격했다.
4차전으로 끝내지 않으면 또 하루 쉬고 나올 두산이 어떻게 달라질 지 모르는 가능성을 원천에 차단해야 했다. 이 감독은 전날에 이어 고영표를 연이틀 투입한 데 이어 필승조 총동원으로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기어이 4전 전승 우승을 달성했다. 8회 터진 호잉의 투런포는 우승을 알리는 쐐기홈런이었다.
8-4로 앞선 9회말 2사 후, 박세혁의 땅볼을 강백호가 잡아 1루를 터치하는 순간, 냉철한 승부사의 가슴은 그제서야 뜨겁게 달아올랐다. 눈물 대신 미소가 번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