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포항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예상 밖의 성과, 선수들의 투혼도 눈부셨다. 하지만, 숙제도 있었다.
포항은 24일 오전 1시(한국시각) 사우디 리야드 킹 파흐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 알 힐랄과의 경기에서 0대2로 패했다.
초반부터 계획에 없던 실점을 했다. 휘슬이 울리자 마자 나세르 알 다우사리에게 왼발 기습적 중거리슛을 허용했다. 왼발등에 제대로 얹혀진 강력한 슈팅은 골문 구석으로 향했고 결국 뼈아픈 실점을 했다.
김기동 감독의 계획은 끈적한 축구였다. 알 힐랄은 최전방 고미스-페레이라-마레가의 '고페마 트리오'가 무섭다. 개인 능력으로 탈압박, 이후 창의적 플레이로 골을 넣는다. 전방 압박도 강하다.
단, 알 힐랄은 공격진과 수비진이 간극이 벌어진다. 전방 압박은 잘하지만, 공격수들의 협력 수비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이 부분을 공략하고 싶었다. 이수빈과 신광훈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 빠른 공수 전환에 따른 알 힐랄의 수비 약점을 공략하려 했다.
그 전제조건은 일단 전반 팽팽한 균형을 잡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포항은 계획 자체가 일그러졌다. 결국 3선에서 최전방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둔탁해졌다. 수차례 스틸을 당하면서 오히려 알 힐랄의 최전방 압박 강도를 높여줬다.
물론 포항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전반 11분, 알 힐랄의 수비 약점을 찌른 신진호의 중거리슛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경기가 끝난 뒤 김기동 감독은 "이 골이 들어갔다면 흐름을 잡아올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던 이유.
이날 흐름을 좌지우지할 가장 결정적 장면이었다.
알 힐랄의 최전방은 무서웠다. 한 수 위의 테크닉으로 포항의 유기적 수비 조직력을 단숨에 깨뜨린 뒤 위협적 찬스를 만들었다. 포항 역시 최대한 흔들리지 않은 채 수비 라인을 정비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후반, 단판 결승의 특성상 포항이 밀어부쳐야 할 시점. 스피드가 좋은 고영준과 전민광을 투입하면서 정비했다.
그러나, 포항이 수비 라인을 올리는 시점에서 당연히 뒷 공간이 났고, 결국 후반 18분 고미스의 절묘한 스루패스를 마레가가 포항 골문 오른쪽 구석을 노리고 뛰어난 골 결정력을 보였다. 여기에서 사실상 승패는 결정됐다.
포항은 이후,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면서 찬스를 만드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객관적 전력의 한계를 실감해야 했다.
김 감독은 "너무 이른 시간 실점하면서 준비한 것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심리적으로 조급했다. 때문에 우리가 준비한 것 50%밖에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또, 포항 수비의 핵 그랜트는 "상대가 좋은 선수들을 다수 보유한 팀이라 쉽지 않은 경기였다"고 했다.
포항은 갖은 악재 속에서 결승전을 준비했다. 시즌 전 '척추라인'이 궤멸될 정도로 많은 선수들의 이적이 있었고, 시즌 중 송민규의 전북 이적, 주전 골키퍼 강현무의 부상, 이승모의 병역관련 봉사시간 미달로 결장 등이 겹쳐졌다.
그러나, 포항은 특유의 팀컬러와 김기동 감독의 빛나는 맞춤형 전수로 결국 결승까지 올랐다. 얇은 선수층 때문에 파이널 A 승격을 사실상 포기한 대가로 결승전 티켓을 얻었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결국 경기는 선수들이 한다. 아무리 좋은 조직력과 훈련, 그리고 맞춤형 전술이 있다고 해도 객관적 전력이 좋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친다. 포항의 준우승은 그래서 더욱 빛났지만, 포항 구단의 숙제도 명확했던 한 판이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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