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화려한 피날레를 했다는 것, 그래서 내일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는 게 가장 기쁘죠."
고정운 김포FC 감독의 미소였다. 4주 전, 고 감독은 김포의 K리그2 진출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K리그 입성보다 K3리그가 더 중요하다. 3부리그에서 우승하고 2부리그로 가는 스토리를 원한다.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김포는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천안시축구단과의 '2021 K3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2대2로 무승부를 거뒀다. 24일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한 김포는 1, 2차전 합계 3대2로 앞서며 2013년 창단 이래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자리에 함께 한 정하영 김포시장이 감격했을 정도로 드라마 같은 승부였다. 김포는 후반 막판까지 0-2로 뒤지며 우승을 놓치는 듯 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정의찬 박경록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기적을 일궈냈다. 고 감독도 "지도자가 되고 이런 경기를 처음 해본다"고 했을 정도. 김포 관계자는 "천안시장이 정 시장에게 경기 내내 연신 '이거 죄송해서 어쩝니까' 하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2분만에 동점이 되자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 시장이 감격해서 시상도 함께 하시고 흥분한 모습을 보일 정도의 승부였다"고 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김포는 플레이오프에서 FC목포를 2대0으로 제압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올랐고, 김태영 감독이 이끄는, 정규리그 1위팀 천안시축구팀마저 제압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고 감독은 "주중 경기에 빡빡한 스케줄로 선수들이 체력적 부담이 컸다. 초인적인 투혼을 발휘해줬다"며 "K리그2에 입성하는 내년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우승을 하고 가는거였다. 그래야 스토리도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이뤄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고 감독은 지난해 김포 지휘봉을 잡았다. 현역 시절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타였던 고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한 후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2018년 FC안양 감독직에 올랐지만, 1년만에 물러났다. 절치부심한 고 감독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김포 감독직에 올랐다. 선수단 연봉 총액 3억원 밖에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첫 해 가능성을 보였다. 고 감독식 공격축구로 돌풍을 일으켰다. 16개팀 중 8위에 올랐다.
K리그 입성을 염두에 두던 올 시즌, 김포시의 적극적 지원 속 김포는 한단계 도약에 성공했다. 번듯한 전용구장은 물론 K리그 선수들이 타는 버스에, 식당까지 생겼다.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야인으로 지내며 칼을 간 고 감독의 지도력도 빛을 발했다. 내셔널리그 출신의 내로라 하는 팀들을 제압하고 결실을 맺었다. 고 감독은 시와 선수들에 공을 돌렸다. 그는 "시에서 인프라 확충 등 확실한 동기부여를 해줬다"며 "사실 김포에 와서 내가 선수들을 지도하기 보다는 선수들에게 배우는게 더 많다. 앞으로 지도자 생활을 얼마나 할지 모르겠지만, 올 시즌 한순간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소중했다"고 했다.
K3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한 고 감독은 이제 K리그2에서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 고 감독은 "오늘까지만 즐길 생각이다. K3에 집중한만큼 할 일이 많다. 이제 선수단도 꾸리고, K리그2 모드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무대는 바뀌지만, 고 감독은 걱정 보다 자신이 앞선다. 고 감독은 "내년에 K리그2로 가지만 큰 차이는 없을거다. 작년에 오고, 팀을 잘 만들 자신이 있었고, 그렇게 했다. 물론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해온대로 초심을 잃지 않고 한발자국씩 나간다면 분명 좋은 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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