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좌완 에이스 백정현(34)은 올겨울 팀내 첫 FA 계약자다.
지난 15일 4년 최대 총액 38억원(계약금 14억원, 연봉 합계 20억원, 인센티브 합계 4억원)의 조건에 '사랑하는' 삼성 잔류를 선언했다.
FA시장 이상 과열 속에 100억원 계약이 속출하고 있는 시점. 상대적 박탈감을 묻자 백정현은 "충분하고 과한 대우를 받았다. 지난해 계약했다면 지금 대우는 꿈도 못 꿀 일 아니냐"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협상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스스로 2007년부터 15년 간 몸 담아온 삼성 잔류를 강하게 희망했다. 경쟁을 유도해 큰 돈을 벌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각종 시상식에서 "어디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삼성과 빨리 계약했으면 좋겠다"고 대놓고 말하고 다녔다. 협상에 유불리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협상 중 에이전트가 '혹시 다른 팀에 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백정현은 "그때 참 다른 팀에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 '여기 남는다고 하는 것도 내 욕심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삼성 잔류의 기쁨을 표현했다. 초지일관 오로지 한 팀만 바라봤던 '라이온즈 바라기'.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살짝 자존심 상할 만한 일들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선발진 강화가 필요한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 등이 언론을 통해 '백정현 영입에 관심이 없다'고 공표하고 나선 탓이다.
소속팀을 포함한 협상 과정에 찬물을 끼얹을만한 타구단 선수 언급.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현실에 초탈한 백정현은 달랐다.
"어차피 삼성에 있을 생각이었으니까요. 오히려 그런 걸 보면서 저렇게 한 팀씩 돌아가면서 이야기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두번 정도 이후에 더 이상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해프닝도 있었다. 백정현은 두산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무슨 내용이었을까.
"두산에서 연락이 왔었어요. 그렇게(백정현에 관심 없다) 이야기 한적 없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팀 FA 선수 잡는 게 먼저'라고 얘기했을 뿐이라며, '죄송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2020년 슬럼프를 딛고 올 시즌 14승5패 평균자책점 2.63로 삼성의 정규시즌 2위 도약을 이끈 좌완 에이스. 한참 동안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며 전체 토종투수 1위를 기록했던 풍성한 수확의 뒤에는 비운 마음이 있었다.
큰 계약을 마친 좌완 에이스. 큰 설렘도, 큰 실망도 없는 한결 같은 마음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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