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손아섭(33)이 일생일대의 힘든 결정을 했다.
NC 다이노스와 24일 FA 계약을 했다. 4년 간 최대 총액 64억원(계약금 26억원, 연봉 30억원, 인센티브 8억원).
섭섭하지 않은 규모. 몸값은 프로의 자존심이지만 손아섭의 마음을 움직인 건 돈 때문 만은 아니었다.
손아섭은 계약을 마친 뒤 "NC라는 신흥 명문팀에 입단하게 돼 가슴이 벅차다. 매 시즌 우승에 도전하고자 하는 구단의 강력한 의지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팀 선택 기준을 엿볼 수 있었던 대목.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7년 지역 구단 롯데에 입단한 손아섭은 15시즌 동안 한국시리즈 출전기록이 단 한번도 없다. 1999년을 끝으로 2000년대 새 밀레니엄 이후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롯데의 마지막 우승은 창단 두번째였던 지난 1992년이었다.
사실 손아섭 뿐만이 아니다.
롯데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 중에 이런 선수들이 많다.
최고 타자 이대호, 캡틴 전준우 등 2000년대 입단해 올시즌까지 손아섭과 함께 뛰었던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삼성으로 이적한 강민호 조차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쟁쟁한 대스타들. 최고 무대의 화려함과 우승의 짜릿함을 느껴보지 못하고 은퇴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에서 뛰다 KT로 이적해 올시즌 대망의 우승을 차지한 롯데 출신 황재균은 롯데 선수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옛 동료 선배 전준우에게 우스갯소리로 던진 "우승해봤어요?"라는 말은 롯데 프랜차이즈 선수들에게는 뼈아픈 자극제였다. 우승에 대한 갈망은 손아섭 이탈의 원심력으로 작용했다.
개인적으로 이룰 걸 다 이룬 선수들. '한국시리즈 우승'은 간절한 위시리스트 중 하나다.
팀 스포츠인 야구는 자신이 아무리 잘해도 홀로 이룰 수 없는 것이 바로 우승이다. 결국 우승하려면 준비가 된 팀을 만나는 수 밖에 없다.
우승은 구단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우승팀 NC는 의지가 확실하다.
모든 걸 갈아 엎어서라도 우승 재도전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다. 나성범을 KIA에 빼앗기자 돈을 풀어 박건우와 손아섭 등 알짜 외야수를 싹쓸이 한 이유다.
협상과정에서 손아섭의 눈에도 NC의 우승 재도전의 의지가 선명하게 보였다.
단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롯데를 떠나는 결단을 내린 이유다. 또한, 모친의 병원 등 생활여건이 좋은 수도권 구단의 오퍼도 뿌리친 이유다.
손아섭은 이적 결정 후 SNS에 "내 생애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15년 프로생활 중 가장 마음이 무거운 날"이라며 "사랑하는 롯데를 떠나겠다는 결정을 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진심으로 사랑하는 팬 여러분이었다"이라고 회한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팬 여러분들게 말씀드렸던 '롯데를 우승시키겠다는 약속', 지키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롯데의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남았더라도 지키기 쉽지 않았던 약속. 작은 가능성 마저 손아섭이 떠나면서 한 뼘 더 멀어지고 말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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