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 게임의 가능성을 열며 창사 이래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린 위메이드가 업계에 새로운 물음표를 던졌다.
위메이드는 9일 실적 발표를 통해 2021년 매출 5607억원, 영업이익 3528억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무려 344.1% 오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도 적자에서 탈피해 63%라는 엄청난 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자체 암호화폐인 '위믹스'의 일시적 유동화 액수도 포함돼 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4분기에 2254억원의 위믹스를 내다 팔며 수익을 얻었다. 이 액수가 매출과 영업이익에 모두 반영되면서 일종의 착시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물론 위믹스의 가치 상승은 지난해 8월 선보인 P2E 게임 '미르4' 글로벌 버전의 성공에 기인한다.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시장인 P2E 게임 시장을 국내 업계에서 사실상 가장 먼저 개척한 위메이드의 노력에 대한 보상 효과도 크다.
다만 기대했던 게임 매출보다는 자체 발행해 보유하고 있던 암호화폐의 유동화 매출이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에선 '꼼수'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이다. 10일 오전 10시 15분 현재 위메이드의 주가는 전날보다 15.81% 떨어진 12만 6200원을 기록하며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 4일간의 상승세를 한번에 반납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P2E 혹은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에 동참하고 있는 다른 게임사들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직 자체 코인을 발행하지 않은 컴투스홀딩스나 네오위즈홀딩스는 자체 악재가 별달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10% 가까이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주식으로 보면 위믹스가 일종의 '자사주'이기에 이를 유동화 시켜 매출과 영업이익에 플러스를 시킨 것이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또 유동화를 통해 획득한 자금을 다른 기업의 인수합병에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위메이드가 선데이토즈의 대주주가 된 것도 위믹스의 유동화 자금이다.
다만 주식 시장과 달리 암호화폐 시장에선 자사주 판매나 소각 등 가격을 좌우할 내용을 공시할 의무가 따로 없다. 아직 법의 테두리에 완전히 편입된 것이 아니기에 일종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실이 나중에 알려지면서 위믹스의 가격이 상당히 떨어졌고, 이에 위메이드는 향후 자체 발행하고 보유중인 위믹스의 유동화나 소각 등에 대한 내용을 공시처럼 실시간으로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위메이드는 실적 발표를 하면서 이를 다시 강조했다.
어쨌든 이를 통해 향후 자체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활용할 많은 게임사들에겐 여러가지 숙제를 안기게 됐다. 주식 시장과 암호화폐 시장 투자자들의 신뢰를 동시에 받지 못할 경우 주가 혹은 코인의 가치를 유지하기는 힘들게 된다. 또 유동화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내용 공시도 반드시 필요하게 됐다. 무엇보다 유동화 자금의 실적 반영에 대한 법 해석 이전에 시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남겼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