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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권 타율 0.462' 찬스에 강한 타자 "기쁨보단 스트레스" 남모를 고민 [김해핫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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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유독 주자가 있을 때 방망이가 날카로워지는 타자가 있다.

득점권 타율이 무려 4할6푼2리(39타수 18안타)에 달한다. 누상에 주자만 있어도 4할3푼9리다. 3루에 주자가 있을 때(만루 포함)는 무려 5할8푼8리로 치솟는다.

'찬스에 강하다'는 칭찬을 싫어하는 타자가 있을까. 하지만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내심 남다르게 속을 썩고 있는 타자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 김재유다.

지난해 김재유는 총 192타석을 소화했다. 2015년 육성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래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상무에서의 경험이 그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입대전 통산 타율은 1할3푼5리(37타수 5안타)에 불과했다.

대신 긴 다리로 번개처럼 달렸다. 야구보다는 육상선수에 가까운 느낌을 줬다. 하지만 이는 김재유가 프로에서 야구를 계속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재능이었다. 육성선수였음에도 입단 첫해부터 등록, 외야 대수비 겸 대주자 요원으로 프로 1군 맛을 봤다.

상무에 다녀온 뒤론 다른 사람이 됐다. 여전히 체격은 호리호리하지만, 단단한 근육이 그 속을 채웠다. 그러자 타격에서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특유의 스피드를 살린 외야 수비는 여전한 가운데, 2020년 타율 2할5푼9리(116타수 30안타), 지난해에는 2할8푼7리(174타수 50안타)를 치며 주전급 선수로 올라섰다.

자신에게 유리한 중견수 포지션에서 경쟁이 펼쳐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의 무대는 우익수다. 대학 시절 큰 부상을 겪은 결과 김재유의 어깨가 1군에서 강한 수준은 아니다. 대신 민첩한 움직임과 매서운 타격으로 만회해야한다.

다만 김재유의 역할은 스피드를 살린 테이블 세터다. 그런데 김재유는 지난해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땐 4할3푼9리, 득점권에는 4할6푼2리에 달하는 타율을 기록했다. 반면 주자가 없을 때 타율은 1할9푼4리에 불과했다. 1년간 볼넷도 단 10개 뿐이었다. 볼넷보다는 안타가 필요한 상황일때 남다른 집중력을 보여둔 셈이다.

볼넷을 고르기 위해선 좋은 선구안과 더불어 침착함이 필요하다. 김재유는 "차분하게 기다리는게 잘 안된다. 자꾸 치고 싶다. 소극적인 타격을 하면 기록도 떨어진다. 하지만 테이블 세터의 미덕은 안타보단 출루 아니냐"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좋은 타자의 조건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좋은 공을 치는 것이다. 설령 테이블세터라 한들 예외는 아니다. 김재유의 고민은 결국 자신의 타격 기량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데 있다. 그는 "1번 타자가 초구를 쳐서 아웃되면 동료들을 어떻게 보나"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한 주위의 처방은 격려다. 래리 서튼 감독은 김재유에게 "괜찮으니 더 공격적으로 쳐라. 좋은 공을 놓치지 말라"고 강조했다. 야구 선배 손아섭(NC 다이노스) 역시 "일단 쳐라. 볼넷도 네가 치다보면 나오는 거다. 기다리면 노리던 공도 놓친다"고 거들었다.

김재유는 "돌아보면 난 거침없이 치고, 나가면 뛰는 선수였다. 겁없이 덤비는게 스타일이다. 그동안 너무 신중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1군에 남으려면 실수를 줄여야하고, 눈에 보이는 성적이 필요했다"면서 "앞으로는 전처럼 적극적으로 도전하려고 한다. 내게 필요한 건 노 피어(No Fear)"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김해=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